특별법상 전국 피해자 중 1.6%지만
절차 몰라 집계보다 더 많을 가능성
도내 긴급상담소 접수 중 24% 달해
정부 지원 방침에도 혜택 제한 지적
전세사기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의사소통이 어려운 외국인의 경우 전세사기 위험에 더욱 적나라하게 노출돼있어 이들을 위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상 전세사기피해자로 결정된 1만944명 중 외국인도 180명(1.6%)이나 있다.
외국인의 경우 집계된 것보다 피해자가 많을 가능성이 높다. 의사소통이 서툰 외국인은 계약 서류나 절차에 대해 제대로 안내받지 못한 채 계약을 진행하는 사례가 많은데, 피해자 인정 절차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행법상 외국인들을 전세사기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줄 지원책도 없는 상황이다.
앞서 안산시에서는 한 도시형생활주택 147채가 경매에 넘어가는 대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하자 경기도가 지난 2일과 3일 이틀간 긴급 상담소를 운영한 가운데, 상담소를 찾아 피해자결정신청을 접수한 75건 중 18건(24%)이 외국인이었다.
안산시 시화·반월 공단의 제조업 회사에 근무하며 아내와 4살 아이와 함께 살고 있는 중국인 박성춘(40)씨는 "2011년에 한국에 와서 아껴 먹고, 아껴 쓰면서 모은 돈인데 한푼도 못돌려받는다고 하니 허무하다"며 "외국인들이 큰 소리 낼 수 있는 형편도 아니라 혜택을 주는 건 둘째 치고 차라리 외국인 전세계약을 금지해줬으면 좋겠다. 국가가 만든 틀에서 피해가 발생한거니 국가가 나서서 법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해줘야 하지 않겠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2006년에 입국한 중국인 김성옥(54)씨도 "당시 급하게 집을 구하느라 방도 작고 햇빛이 안들어와서 싼 것이라는 공인중개사 말만 믿고 계약해버렸다"며 "쪼개기방이고, 근저당이고 하는 개념을 전혀 몰랐다. 집에 경매 종이가 붙은 이후로 잠도 제대로 못자는데 같이 피해를 입은 한국인들 따라서 제출하라는 것만 제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지난해 재외동포와 외국인에게도 긴급주거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외국인에겐 혜택이 제한되기 때문에 사각지대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경기도와 국토교통부는 외국인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외국인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긴급주거지원 안내를 지자체에 요청하는 등 지원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다만, 특별법은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람들을 지원해주기 위한 법이라 계약 시점에서의 예방 대책과 관련한 내용은 담고 있지 않다. 또한, 대출 등에서 내국인과 동일한 조건으로 지원하기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