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는 법률 전무, 효력 없어
피해보상제도 없는점 원인 꼽혀
선의의 피해자 보호 못받는점 등
법령 개정 골자 '제도 개선' 촉구
광주시의 한 타운하우스 주민들이 부동산 거래 후 등기이전을 했음에도 실소유주임을 주장하는 한 종중이 제기한 소유권 이전 소송 탓에 재산을 빼앗길 위기(2월5일자 7면 보도=등기까지 마친 경기도내 한 타운하우스… 토지매매 무효로 나앉을판)에 처한 가운데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5일 사법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등기의 공신력'이란 등기가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지 않아도 그 등기를 신뢰한 경우 신뢰한 대로 효력을 발생시키고 이를 보호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법률이 없어 이를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무권리자의 등기를 믿고 법률행위를 해도 권리를 가질 수 없다. 현행 민법도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지난 2022년 1월 사법정책연구원의 한 연구 자료를 보면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로 등기관의 실질적 심사권과 실소유주의 보호수단으로서의 피해보상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점을 꼽았다.
문제는 공신력 없는 등기 때문에 생기는 피해는 고스란히 등기부등본만 믿고 부동산을 거래하는 선량한 시민들에게 향한다는 것이다.
광주 신현동의 타운하우스 주민들도 권리관계가 깨끗한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후 거래했지만, 법원은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는 1심 판결을 내렸다.
재산권을 빼앗길 처지에 놓인 한 주민은 "거래 당시 등기부등본에서 '종중'이란 내용은 볼 수 없었다. A종중에서 소송을 걸어 소장을 받기 전까지는 이 땅이 본래 A종중의 소유였던 점과 해임된 종중회장의 주도로 토지 매매가 이뤄진 사실을 몰랐다"면서 "등기부등본의 공신력을 위해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민도 "등기에 공신력이 있다면 부동산 거래자들 간에 문제가 있어도 선의의 피해자는 재산을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등기에 공신력이 없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소송을 해야 한다. 잘못한 게 없는 우리는 누가 책임지느냐"라고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역 시의회에서는 등기의 공신력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정부와 국회 등에 전달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의회에선 지난 5일 '부동산 등기 공신력 확보 위한 제도 개선 촉구 건의안'을 발의했고, 광주시의회도 건의안 발의를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황소제 광주시의원은 "등기부등본은 법률이 근거이기 때문에 조례로 등기의 공신력을 확보할 수 없다"며 "결국 법 개정이 핵심이다. 광주시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등기의 공신력 확보를 위한 건의서를 중앙에 보내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