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동탄2 C-27 매입한 개발업체

건설경기 침체 속 자금난 등으로 토지 반환

자금 연체 사업장 다수… 재공급 성사도 ‘글쎄’

유리치
화성 동탄2신도시 C-27블록 사전청약 홈페이지. 사전청약 일정이 연기됐다는 팝업이 뜨는 상태다. /홈페이지 캡처

‘동탄2 마지막 희망의 땅 같은 곳이었는데…’

화성 동탄2신도시 신주거문화타운 C-27블록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민간 아파트 사업이 좌초됐다. 해당 부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매입한 부동산 개발업체가 자금 조달 문제를 겪다 끝내 땅을 반환해서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A노선 수혜지라 부동산 훈풍이 불고 있는 동탄마저도 건설 경기 침체는 피하지 못한 셈이다.

16일 LH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업체 유리치는 부동산 열풍이 불었던 지난 2021년 LH로부터 동탄2신도시 C-27블록을 사들였다가 지난 6일 반환했다. 해당 부지를 낙찰받은 지 26개월만이다.

앞서 LH는 지난 2021년 12월 C-27 블록을 포함한 화성동탄2 주상복합용지 3곳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공급했다. 3곳 모두 사전청약 이행 조건부 매각 토지로, 계약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세대수의 85% 이상을 사전청약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조건이 뒤따랐다. C-27 블록은 4만5천583㎡ 규모로, 3개 부지 중 면적이 가장 넓었다. 지을 수 있는 최고 층수와 세대수는 각각 20층, 473가구에 달했다. 주거용지와 비주거용지를 합한 공급 예정가는 1천104억9천319만2천원이었다.

유리치는 해당 부지 매입가로 1천523억원을 써내 낙찰에 성공했다. LH가 책정한 금액보다 37.8% 높은 금액이었다. 같은 해 유리치는 해당 부지에 아파트 473가구와 상업시설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착공은 2023년으로 계획했다.

해당 용지가 사전청약 이행 조건부 매각 토지였던 만큼 유리치도 사전청약을 진행해야 했다. 이에 유리치는 분양 홈페이지를 통해 2022년 11월 중 사전청약을 진행한다고 했으나, 돌연 일정을 연기했다. 현재도 분양 홈페이지엔 ‘부득이한 사정으로 사전청약이 연기됐다’는 내용의 팝업이 떠 있다. 고금리 장기화에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이 얼어붙는 등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심화된 와중에, 유리치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중도금 납부도 연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LH 관계자는 “C-27 블록은 중도금 납부 연체가 됐던 곳”이라며 “그간 금융기관 협조를 통해 분양 대금을 납부해왔는데, 최근 들어 이행이 안 된 것으로 안다. 그러다 지난 6일 (유리치가) 계약 해지 통보를 했다”고 설명했다.

토지 반환에 따라 자연스레 신규 주상복합 사업은 중단됐다. 수요자들은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아파트 실거래가 앱 ‘호갱노노’ 등에는 “위치가 좋아도 지금 같은 분위기에선 들어올 시행사가 없을 것”, “대략 2035년 이후에나 입주할 것 같다”는 등의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동탄2 C-27블록처럼 오랜 자금난에 대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곳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LH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사들의 공동주택용지 분양대금 연체 규모는 1조5천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7월 1조원을 넘어선데 이어 6개월 만에 5천억원 이상이 늘었다. LH 공동주택용지 연체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연체가 발생한 용지 상당수가 경기·인천지역에 소재한다. 파주 운정지구에선 7개 필지에서 5천400억원가량을, 동탄2신도시 역시 C-27블록을 비롯한 5곳에서 1천700억원가량이 각각 연체됐다.

반환된 C-27블록은 LH 내부 검토를 거쳐 재공급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지속되는 만큼 재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지난해에도 LH가 신규 공급한 공동주택 용지 20%가 팔리지 않았다. 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유리치가 해당 부지를 비싸게 낙찰 받았는데, 고금리에 자금이 경색되면서 그 사업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던 것으로 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면 LH가 토지 매각 재공고를 내더라도 쉽사리 뛰어들 개발 업체는 없을 것 같다”며 “주택 공급이 기약 없이 늦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