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 허용 기준·유치 대상
신고자 절차·국익 기준 등 재정립
산업기밀보호센터 역할 법률 반영
주요국 우선주의 대응전략 세우고
국가·경제안보·국민삶 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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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왜 기술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미·중은 계속 대립하는가. 그것은 강대국의 갈림길이 제4차 산업을 좌우할 첨단기술의 확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누가 첨단기술의 수준을 높여, 게임 체인저로 미래의 지위를 확보할 것인가. 주요국은 첨단 소재, 인공지능, 로봇, 바이오, 양자, 합성생물학 등을 국가 경제와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분야로 인식하고 있다. 직시해야 할 것은 미·중의 기술 패권 전쟁이 경제, 군사, 과학기술, 인프라, 지정학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안보 논리를 경제에 적용하자 중국은 이를 체제 공격으로 간주하고 있다. 패권국가에 신흥국가가 도전하면 이에 두려움을 품고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억압한다는 고대 아테네 역사학자 '투키디데스의 덫'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면서 무역을 제재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이나 쇼크론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 동맹국들이 자국의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해서 논란이다. 그는 GDP 대비 2% 기준에 미달하는 나토 20개국에 대해 빚을 갚으라는 식의 압박과 함께 나토 탈퇴도 언급했었다.

트럼프는 1기 재임 시절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했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에서도 높은 인상률을 요구했다. 트럼프는 FTA 재협상도 주장했었다. 그는 다자주의를 부정하고, 예외주의를 주장한다. 이미 미국은 GATT 제21조 국가안보 예외 조항을 근거로 미국 국내법을 적용하여, 중국기업의 미국 활동을 규제하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의 구호에는 미국을 다시 '예외적인 나라로' 만들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문제는 트럼프의 일방주의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다. 동맹관계나 공통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미국에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항상 절반 이상이 휘말려 있는 구도이다. 미국의 외국투자위험심사현대화법, 영국의 국가안보투자법, 일본의 경제안보추진법 등은 특정 국가나 중요기술에 대해 투자규제를 하는 법률이다. 주요국들은 경제안전 보장정책으로 공급망의 확보, 첨단기술의 유출 방지와 육성, 중요 인프라와 데이터의 보호 등을 재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정감사에서 '세계 2위 한국 기술을 인수한 중국 자본이 IT 기술만 빼낸 뒤 감원에 나서' 문제가 되었다. 모든 외국투자가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례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외자매수법은 국가안보 판단과 함께 국익에 위배 되는지를 심사하고 있다. 외국투자가 상품이나 서비스의 시장가격이나 생산을 지배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지. 투자가 세수나 환경정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외국투자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지. 국민에게 공정한 혜택을 가져올 것인지. 지역사회의 고용과 발전에 기여하는가 등을 판단한다.

우리나라도 국가안보와 국익의 차원에서 기술 보호와 외국 투자를 판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법률을 뛰어넘는 '(가칭)외국의 투자와 국가안보에 관한 법률'의 제정이 필요하다. 주요국의 입법 동향과 정책을 바탕으로 외국인의 투자 허용기준, 유치 대상, 심사 주체, 신고자와 절차, 대상 기술 분야, 국가안보와 국익 기준 등을 다시 정해야 한다. 첨단기술과 신흥기술, 핵심 산업, 핵심인프라와 R&D에 대한 투자규제와 투자유치를 위해 국가안보와 경제 안보의 기준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2006년 산업기술보호법 제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낸 산파역이다. 산업기술과 국가핵심기술 그리고 경제 안보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법과 제도적 장치를 선도적으로 마련하였다. 최근 국가안보실에 경제 안보를 담당하는 3차장도 신설하였다. 정보기관의 국가안보 심사의견을 반영하는 외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의 역할도 법률에 반영해야 한다. 코로나19를 통해 위기 시 타국을 먼저 돕는 국가는 없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주요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과 트럼프의 제2기를 대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국가안보와 경제 안보 그리고 국민의 삶을 위해 철저히 대비해야 할 때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