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입니다" 교통카드 안내음성에 '상처'
교복입은 아이 함께 타면 더 위축
문제아 취급 잘못된 인식 사회 만연
"전국 5% 25만명에 부적절한 호칭"
"버스를 탈 때 주위 시선이 따갑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학교 밖 청소년'은 시내버스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갖다 대면 나오는 '학생입니다'라는 안내 음성에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학교 밖 청소년을 배려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시내버스는 성인과 청소년 요금이 구분돼 있다.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대면 성인은 '삐'라는 알림음을 듣게 된다. 청소년은 '삐빅'이라는 소리와 함께 '학생입니다'라는 안내 음성도 나온다.
'학생'이 아니지만 청소년 요금제를 적용받는 학교 밖 청소년들은 이 안내 음성에 심리적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 아이들은 또래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는 시간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날이 많다. '학생입니다'라는 음성이 울리면 교복을 입지 않은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버스 안 승객들의 시선이 몰릴 수밖에 없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함께 버스를 탈 때에는 심리적으로 더욱 위축된다.
학교 밖 청소년은 대안학교 진학, 검정고시 준비, 생계 유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을 일컫는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선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학업을 그만뒀거나 말썽을 일으켜 퇴학을 당한 소위 '문제아'로 보는 잘못된 인식이 많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주변의 시선을 불편하게 여기는 이유다.
인천 중구에 거주하는 박지혜(15)양은 "학생들 등하교 시간에 같이 버스를 탈 때도 있다"며 "나는 학생이 아니고 복장도 교복이 아닌데도 그런 음성이 나오다 보니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안수현(18·인천 남동구)양은 "한번은 버스를 탔는데 기사님이 '학생이냐'고 물어봐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며 "그때 이후로 버스를 탈 때마다 주변의 시선이 따가워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 전국 초·중·고등학교 학생은 약 520만명이다. 이 중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은 5% 수준인 25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적지 않은 수의 '학교 밖 청소년'이 버스 승차 시 학생으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동명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선숙 교수는 "학교 밖 청소년은 20만명이 넘는다"며 "'학생'이라는 호칭은 연령대를 일컫는 것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청소년=학생'이라는 인식이나 호칭은 학교 밖 청소년을 '정상이 아닌' 아이들로 생각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정아 인천 중구 청소년상담센터장은 "누군가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심리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상처받는 청소년이 많다"며 "청소년 시기 아이들을 모두 학생으로 칭하는 것은 소수자인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