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침체 벗어나지 못하는 '왕년의 핫플레이스'
15곳 3474개 중 휴업·공실 737곳
불법 전대 문제·트렌드 대응 실패…
부평역 승객 북적여도 점포는 썰렁
주안역 상부 횡단보도에 행인 급감
"시설개선 등 환경변화 필요" 목청
인천 지하도상가가 코로나19 사태, 불법 전대(轉貸·재임대) 문제 해결이라는 긴 터널에서 빠져나왔지만 침체 국면에선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0여 년 동안 지속됐던 불법 전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느라 소비 트렌드 변화, 시설 개선 등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자상거래 활성화 영향으로 손님이 줄어들었고 점포 임차인 대다수가 고령이어서 10곳 중 2곳은 문을 닫은 상태다.
"IMF(외환위기)보다 코로나 시기가, 코로나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어요."
지난 16일 오후 4시께 찾은 인천 부평역 지하도상가. 부평역 만남의광장인 분수대 앞을 비롯해 부평시장로터리 방향과 중앙홀 방향 일대를 돌며 지하도상가 분위기를 살펴봤다. 입찰구와 가까워질수록 지하철을 타려는 시민들로 북적였지만, 지하도상가 점포에 들러 쇼핑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입찰구 근처를 벗어난 곳은 점포 절반 가량이 셔터가 내려진 채 문이 닫혀 있었다. 오가는 사람 없이 썰렁한 분위기만 가득했다. 멀리 떨어진 점포에서 나오는 노랫소리만이 쓸쓸히 해당 구간을 채우고 있었다.
인천시에 따르면 15개 지하도상가에 3천474개 점포가 있다. 이 중 임차인이 직접 운영하는 점포는 2천716개. 나머지 점포 중 임차인이 휴업 신고(547개)를 냈거나 공실(190개)인 곳은 전체의 21.2%에 달한다. 인천시와 지하도상가 상인 간 갈등을 빚었던 불법 전대 문제는 법적 공방 끝에 사실상 해결된 상태다.
부평역 지하도상가에서 20여 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김태완(50)씨는 과거를 돌이켜보며 씁쓸히 웃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직원을 3~4명씩 둘 정도로 번성했지만, 지금은 혼자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기자가 머물렀던 30분 가량의 시간 동안 해당 점포를 방문한 손님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동안 관행처럼 이어진 인천 지하도상가 점포들의 전대 행위가 정부와 인천시 조치로 금지되면서 '문을 닫은 점포'(휴업·공실)가 증가했다. 임차인이 직접 점포를 운영해야 하는데, 대다수가 고령이거나 장사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김씨는 지하도상가의 현 상황이 비단 불법 전대 문제 때문만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김씨는 "지하도상가가 여전히 번성했으면 임차인들이 어떻게든 점포를 운영하려 했을 것"이라며 "지금처럼 슬럼화되고 침체된 상황에 누가 장사하려고 나서겠느냐"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는 등 그동안 인천 지하도상가엔 악재가 많았다. 그는 "과거엔 지하도상가가 10~20대 젊은 친구들의 쇼핑 천국이었는데, 지금은 그 친구들이 거의 오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부평 상권이 침몰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찾은 미추홀구 주안역 지하도상가 상황은 더 열악했다. 부평역 지하도상가는 지하철역과 직접 연결돼 그나마 오가는 시민이 있지만, 주안역 지하도상가는 지하철역과 단절돼 유동인구가 많지 않다. 오후 6시도 채 안 된 시각에 문을 닫는 점포들도 있었다.
이곳에서 1990년대 말 장사를 시작했다는 박희정(57)씨는 "지금이 최고로 어렵다"며 말문을 뗐다. IMF 시절에도 이 정도로 상황이 어렵진 않았다고 했다.
지하도상가 상인들 입장에선 상부도로에 횡단보도가 설치된 것도 원망스럽다. 시민들이 지하도상가를 거치지 않아도 상부도로를 통해 지하철역을 오갈 수 있기 때문이다. 횡단보도 설치는 장애인·노약자·임산부 등의 보행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논의 과정에서 상인들의 반발이 심했었다.
주안역 지하도상가는 지난 2017년 남광장 앞 상부도로에 횡단보도가 생기면서 손님이 줄었다고 한다. 횡단보도 설치, 코로나19 유행, 경기 침체 등에 연이어 타격을 입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최근 3개월 수입이 평소의 한 달 수입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안역 지하도상가는 에스컬레이터도 설치돼 있지 않아 시민들이 더욱 이용을 안 한다"며 "시설 개선을 비롯해 환경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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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