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5~19일 인천 주안동 ‘공간 듬’서 개최
2007~2022년 서울·인천 등 발굴 자료 전시
올해 결과 집대성한 ‘도시시굴’ 보고서 내기로
“지층은 사소함 가득 찬 기억저장고·타임캡슐”
차기율 작가(인천대 조형예술학부 교수)가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공간 듬’에서 연 작은 전시 ‘도시시굴-삶의 고고학’은 작가가 천착한 동명의 프로젝트를 중간 결산하는 작업이다.
차기율 작가는 2007년부터 서울 통의동과 경기 화성 분향리 집터, 인천 동구 배다리·중구 해안동(인천아트플랫폼)·미추홀구 주안동(공간 듬), 강원 홍천 와동분교 등 자신과 연관된 특정 장소에서 10여 차례 발굴 작업을 했다. 차기율 작가는 일련의 작업 결과를 기록하고 시각화했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의 ‘도시시굴’ 과정과 결과물을 집대성해 일부 보여주는 보고서 성격을 띤다. 지표를 일정하게 파면서 나온 유물·유구를 발굴하고, 장소를 표기하며 발굴일지 등 고고학적으로 정리했다. 영원히 묻혔을 생활의 사소한 흔적을 꺼내 보이며 그 가치를 완전히 뒤바꾼 것이다. 작가는 “도시의 지층 탐구를 통해 소시민의 삶을 규정하고, 고고학적 방식을 차용해 시각적 방식으로 구현하는 예술적 행위”라며 “무한한 가능성으로 존재하는 지층의 기억을 더듬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엔 와동분교에서 출토한 깨진 도자기, 조개껍데기, 녹슨 못, 1980년대 추정 우유 포장재, 1980년대 삼양라면 포장재 등을 전시했다. 각 유물의 발굴일지에는 발굴 경위와 작가의 생각이 담겼다. 작가는 지난 15년의 도시시굴 결과 보고서를 올해 안에 펴낼 계획이다. 이번 전시는 올해 발간할 보고서의 극히 일부라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작가는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가치와 부질 없음의 기록이 상충돼 있고, 기억되고 숭배돼야 하는 기록만이 우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며 “개인의 경험이 모여 부족의 역사가 되고, 이들이 모여 국가의 역사가 되는 것이며, 지층은 사소함으로 가득 차 있는 기억의 저장고이자 타임캡슐”이라고 했다.
차기율 작가는 ‘도시시굴-삶의 고고학’ 프로젝트와 함께 문명과 자연의 공존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순환의 여행’ 프로젝트를 지속하고 있다. 이들 프로젝트로 2022년 제7회 박수근 미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가는 도시시굴 보고서 발간 이후 고고학적 방법론을 확장해 ‘사회학적 발굴’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