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저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아들·제자들 가르친 지혜 보물단지
남의 도움 기대 안 하면 편안·화평
보답 원하면 절대로 베푸는일 아냐
실천 어렵지만 남 돕는 일 노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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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다산학자·우석대 석좌교수
인간은 삶의 지혜로 살아간다. 올바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풍부한 지혜를 지니는 일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인간의 지혜는 생득적으로 타고나는 지혜도 있지만 배움을 통해서 얻는 지혜가 대부분임을 부인할 수 없다. 교육을 통해서, 독서를 통해서 얻어낸 지혜 때문에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지혜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조선후기 대학자요 실학자요 대시인이었던 다산 정약용은 우리 선인들 중에서는 대표적으로 훌륭한 지혜를 지녔던 분으로 알려져 있다. 그분의 지혜를 얻기 위해 나는 오늘도 지혜의 보고인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라는 다산의 책을 읽어본다.

그 책은 다산이 1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전라도 강진이라는 곳에서 유배 살며 아들·형님·제자들에게 편지를 통해서 가르쳐준 인간 지혜의 보물단지 같은 책이다.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답하는 내용이 많아 다산의 편지 내용은 바로 우리 인간의 지혜를 가르쳐주는 책이 되어버렸다. '두 아들에게(寄兩兒)'라는 편지에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이야말로 가장 지혜로운 인간의 삶이라 여기면서,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고, 도와주고 나서는 어떤 마음을 먹어야 하는가를 올바르게 가르쳐주고 있다. 편지는 먼저 남이 자기를 도와주지 않을 때에는 어떤 마음을 먹어야 하고,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가부터 말을 시작했다. "일가친척 중에 긍휼히 여겨 돌보아주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고 말하는데 이런 것이 바로 하늘을 원망하고 사람을 미워하는 말투여서 그게 바로 병통이라고 했다. 남에게서 도움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바로 지혜롭지 못한 생각이라고 했다.

그런 병통에서 벗어나려면 바로 남이 도와주기를 바라지 말고 자신이 남을 도와주는 일을 시작하라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남의 도움이나 받고 살라는 법은 애초부터 없다고 잘라 말하고 남을 돕는 일을 통해 올바른 지혜를 발휘하라고 주장하였다. 남의 은혜를 받고자 하는 생각을 버린다면 저절로 편안하고 기분이 화평스러워져 하늘을 원망하거나 사람을 원망하는 그런 병통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굶주리는 사람, 추위에 떠는 사람, 병들어 약을 먹어야 하는 그런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해서 남에게 베푸는 삶을 살라고 했다. 문제는 대가로 보답받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절대로 베푸는 일이 아니라고 명확하게 말했다. 이런 데서 다산의 지혜가 선뜻 나타난다. 자기 자신이 참으로 어려운 지경에 놓였을 때, 어느 누구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고 했을 때, "나는 저번에 그렇게 그들을 도와주었는데 그들은 전혀 나를 도와주지 않는구나!"라고 말한다면 그때는 그동안 도와주었던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재가 바람에 날아가듯 사라져버리고 말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럴 때에 "그분들이 마침 도울 수 없는 사정이 있거나 도와줄 힘이 미치지 않기 때문이구나"라고 생각해야지, "나는 전번에 이렇게 저렇게 해주었는데 저들은 이렇구나!" 하는 소리가 입 밖에 나와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어디 그런 지혜가 아무나 발휘할 일이 아니다. 도와주면 도움을 받고 싶고 남에게 은혜를 베풀면 자신도 은혜를 받고 싶은 마음, 인간은 그런 마음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베풂, 그래서 어렵다는 것이며, 그런 일을 하는 지혜가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지혜를 다산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전제하였다. 가장 아름다운 삶이란 남을 도와주며 살아가는 삶이다. 그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인격을 수양하고 교육을 받고 책을 읽어서 그런 지혜를 발휘할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다. 말이야 쉽지만, 행하기는 너무 어려운 일, 지혜를 얻어내기 위해 정성을 다 바쳐야 한다.

주변을 돌아보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마음이야 간절하지만 힘이 부족해 도움을 주지 못하는 마음의 아픔은 견디기 힘들다. 만족하게 도움을 주지 못하더라도 힘이 닿는 데까지는 도와야 하는데 실천하기는 또 쉽지 않다. 다산은 재물을 오래 보관하는 방법의 하나로서 시혜(施惠)가 제일이라고 했다. 시혜하는 일은 또 쉬운 일인가. 그래도 그런 지혜를 살려서 남을 돕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자.

/박석무 다산학자·우석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