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세를 약관(弱冠)이라 한다. 20세를 지칭하는 '약'에 스무 살에 관례를 올린다는 의미를 결합하여 '약관'이라는 말이 나왔다. 혈기 왕성한 십 대를 지나 성인으로 첫발을 내딛는 시기가 바로 이때이다.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쌓은 이들은 대개 20대 때 이미 꽃을 피우거나 일찌감치 대가의 자질을 보여준다. 물리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아인슈타인은 26세인 1905년에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물리학계에서는 이 1905년을 기적의 해라 부른다. 아인슈타인은 희대의 천재였으나 수학에는 매우 취약했다. 그가 연구할 때 직면한 수학적 난제들은 아내 밀레바 마릭이 곁에서 다 조력하거나 해결해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20대 천재들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인데, 지금까지도 미술사 분야의 고전으로 통하는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서양미술사'(1950)는 곰브리치가 20대 중반의 나이에 3주 만에 탈고한 명저다. 미술 분야의 20대 천재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인 바, 세계적 걸작 '피에타'도 미켈란젤로가 역시 20대 중반에 완성한 작품이다.
음악 분야에도 20대 천재가 있다. 레너드 번스타인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휘자이자 작곡자이자 피아니스트였다. 그가 세계적 명성을 얻은 것은 25세가 되는 1943년 11월 어느 날 몸이 아픈 지휘자 브루노 발터 대신 대타로 뉴욕 필을 지휘하면서부터다. 데뷔 즉시 대성공을 거두고 곧바로 세계적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정치와 전쟁의 천재 나폴레옹은 육군사관 학교 시절부터 수학에 비범한 능력을 보여줬고, 포병장교로 임관한 뒤 24세인 1793년 툴롱 전투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장군의 반열에 올랐다.
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 패배와 경기 전날 손흥민과 이강인 등 어린 후배 선수들과 벌인 몸싸움의 여파가 아직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전격 해임됐고, 한국 축구의 미래이자 아이콘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강인에 대한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질풍노도 시기에 접어든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인데다 한국 축구를 위해서 한 번 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온건론과 충격과 실망감에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징계론이 팽팽하다. 스포츠든 예술이든 뭐든 실력보다 인성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