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할 일은 아니지만 중간지대 취지 글쎄
제3지대 보단 '민주 2중대' 될 개연성 내포
국힘 행태 마찬가지… 거대양당 강화 우려
비록 100%를 지역구와 정당득표율에 연동시키지 않더라도 50% 연동시키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병립형에 비해 확실히 군소정당에 유리한 제도다. 이 명제가 성립하려면 온전하게 군소정당들이 거대양당의 세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다.
그러나 지난 21대 총선에서 이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위성정당이라는 기발한 발상에서 편법 정당이 탄생했다.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통하여 비례대표 19석,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16석을 가져갔다. 정의당 6석은 20대 총선과 같은 성적이다. 결과적으로 준연동형과 위성정당을 기반으로 한 21대 총선의 선거룰은 본래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면서 거대양당제를 강화했다. 주지하다시피 위성정당의 존재 때문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미 준위성정당들이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기본소득당,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이 연합한 새진보연합, 녹색정의당, 진보당 등이 시민사회에 연대하여 준연동형하에서 준위성정당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정당의 의회진출을 반대할 일은 아니다. 단지 군소정당의 원내진입이라는 취지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이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중도층을 견인하고 캐스팅 보터로서 기능할 때 다당제 민주주의와 협치가 가능해질 공간이 열린다. 그러나 위에서 열거한 정당과 세력들은 중간지대로서의 '제3지대'라기 보다는 더불어민주당에 친화적인 정파들이기 때문이다. 22대 국회에서 '민주당 2중대'가 될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준위성정당을 제시한 이유일 수도 있을 것이다.
선거법은 이해가 쉬워야 한다. 연동형도 아닌 준연동형, 준위성정당의 이합집산 등이 관철된다면 이번 선거결과는 개혁신당이라는 제3지대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거대양당제를 대체할 수 있는 정당체제로 바뀌기 어렵다. 어차피 이번에도 준연동형과 준위성정당이 병행해서 실시된다면 거대양당에 유리한 제도임은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역시 이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일찍이 병립형 제도로의 회귀의 입장을 밝힌 국민의힘은 집권당답게 준위성정당이나 위성정당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어야 한다. 병립형이나 준연동형제도, 모두 결과적으로 거대양당의 기득권이 유지되는 정당체제라면 병립형으로 선거법을 개정하자는 국민의힘의 논리는 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명시적으로 미리 '국민의미래'라는 위성정당을 상정한 국민의힘도 민주당을 비판할 명분을 잃었다.
결국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 서로 상대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것처럼 비난하지만 이들 거대정당의 이해관계의 일치로 또 다시 선거법의 형해화는 막을 수 없는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제3지대가 준연동형제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이유도 결국 보수와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이 1인2표에서, 정당투표를 제3지대 정당이 아닌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위성정당에 찍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04년도 17대 총선에서 처음 도입된 1인2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후보에 대한 투표와 정당투표가 다를 수 있는 기본구조를 가지고 있는 제도다. 위성정당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은 이 제도에 힘입어 비례 8석에 지역구 2석까지 포함해 10석의 원내 교두보를 확보함으로써 제3정당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할 수 있었다.
이번에 제3지대가 향후 화학적 결합의 정도나 유권자 연대 등의 강도에 따라 파괴력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위성정당이 가로막고 있는 제도에서는 불리한 선거지형을 피할 수 없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47석의 비례대표 의석 중에 30석에만 50%의 연동률을 적용하고 나머지 17석은 병립형을 적용했었다. 아직 선거법이 통과되진 않았지만 이번 22대 총선거가 정당구도를 재정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