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논란 2주간 사회적 쟁점
클린스만 감독 선발과정·기준 허술
선수 팀워크 관리·보호 책임 부실
축구팬·대중 등과의 'PR'도 부족
미봉책 마무리… 축구 발전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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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서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2023 아시안컵대회가 1월12일부터 2월10일까지 카타르에서 개최되었다. 우리나라 팀은 본선 4강에 진출했으나 요르단 팀에 지고 4위를 하였다. 1956년부터 시작한 아시안컵은 이번이 18회째였는데 한국팀은 세 번을 제외하고 계속 본선에 진출하여 1956년과 1960년에 우승하고 준우승도 네 번 하였다. 최근 2011년에 3위, 2015년에 2위, 2019년에 5위로 이번 성적이 형편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난 7일 4강전을 마치고 지금까지 클린스만 감독 해임과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사임 요구, 팀워크를 해쳤다고 보도된 이강인 선수에 대한 맹비난으로 번지며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스포츠경기에서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는 흔하고 그때마다 부진한 선수나 감독에 대한 비판이 일어나지만 대부분 며칠 지나 사그라든다. 왜냐하면, 스포츠 관람은 하나의 여가활동으로 경기에 몰입할 때는 기뻐서 소리 지르고 화나서 욕도 하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각자 당면한 과제에 집중하여 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논란은 2주 이상 지속하면서 사회적 쟁점으로 커졌다.

이번 논란이 확장된 것은 무엇보다 기대치와 결과치 간의 격차가 커서 실망감이 이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같이 세계 명문 프로팀 선수가 많아지면서 선수 기량이 어느 대회 때보다 높아졌다고 보고, 64년 만의 우승을 기대하였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16강과 8강 모두 연장전에서 겨우 이기고 4강에서 한국 팀(23위)보다 국제축구연맹 순위가 낮은 요르단 팀(86위)을 상대로 졌다. 특히 유효 슈팅 1개도 없이 0대 2로 지면서 아시안컵 참여 역사에서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주어 충격이 컸다. 그래서 축구 관계자, 팬뿐만이 아니라 정치계와 교육계 인사까지 비판과 대책 요구가 빗발쳤다. 필자는 이번 사태에서 감독의 역량 부족이나 선수의 협동성 부족이라는 개인적 문제도 있었지만, 대한축구협회 조직 역량 문제가 더 심각했다고 본다. 특히 감독과 선수 관리와 PR(Public Relation) 분야 문제가 컸으며 결과적으로 위약금 지불로 재정운영도 어렵게 되었다.

첫째, 감독의 선발과 관리체계가 허술했다. 이미 독일과 미국에서 감독 역량이 부족하다고 평가된 클린스만을 선발한 과정과 기준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했다. 한국에 상주하지 않는 재택근무 방식과 해외방송 축구해설가 겸직에 대한 대응과 관리 역시 부적절했다. 둘째, 선수단 팀워크 관리와 보호를 잘하지 못하였다. 이번 선수들 간 다툼은 단순한 선후배 사이 갈등이 아니다. 청소년기부터 외국에서 활동하는 선수가 증가하면서 다양한 국가문화 배경을 가진 선수가 늘었다. 국가대표팀 선수로서 국가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관련된 '국민 정체성' 수준도 동일하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선수들을 한 팀으로 만드는 관리가 중요한데, 적절히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셋째, PR 역량의 부족이다. PR은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공중과의 호의적 관계를 형성하는 활동 전반을 이른다. 협회의 '공중'은 축구팬, 언론사, 스포츠 시민단체, 정부, 언론사, 기업, 일반 대중이다. 이번과 같이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 공중과 쌍방 소통하면서 의견을 수렴하고, 원인 분석과 대응책을 신속하게 마련하여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필요한데 PR 관리가 부실했다. 또한 해외 언론이 보도한 선수단 내분 문제를 협회가 즉각 인정만 하고 사건의 전후 맥락을 설명하는 보도자료조차 없었다는 것은 PR 업무를 방기하고 선수에게 이번 사태 책임을 전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협회는 관리업무 과실 책임을 '전략강화위원회' 위원장인 마이클 뮐러를 해임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협회 부서 곳곳에 관리업무 과실이 보이는데 이 수준의 미봉책으로 한국 축구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 축구 발전은 세계적 수준의 스타 선수 배출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에 걸맞은 대한축구협회의 조직 역량 혁신과 효율적 거버넌스를 구축할 때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이현서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