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약품 매출 난항 근심… "사태 장기화땐 동네 병원까지 확산"
정부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 발표에 관련 플랫폼들 주가 상승세


의대 증원 여파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시작되자 제약업계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의사가 처방하는 전문의약품이 업계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사태가 장기화되면 처방에 차질이 불가피해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의료 공백 해소로 비대면 의료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하자, 관련 주식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20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를 기점으로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근무를 중단했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기준 경기도내 20개 병원의 전공의 834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도내 40개 병원에 재직 중인 전공의(2천337명)의 35.7%에 해당한다.

이처럼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현실로 나타나자 제약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료 공백이 발생하면 수액과 당뇨약, 고혈압약 등 전문의약품이 원활하게 처방될 수 없어 제약사 매출에 영향을 끼쳐서다. 전문의약품은 제약사 매출의 적게는 50%, 많게는 80%까지 차지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행동 첫날인 이날은 당장 큰 타격은 없었지만 사태가 길어지면 언제든 동네 개인 병·의원 파업까지 발생할 수 있어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의약품은 전문의약품이 대부분이다. 일반 개인 의원 의사들이 파업하게 되면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어 사태를 지켜봐야 한다"며 "(전문의약품 처방에 차질이 빚어지면) 상대적으로 일반의약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어 공급이 원활하게끔 대비하고 있다.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공의 집단행동 여파로 원격진료 관련주는 상승세에 있다. 의료 공백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겠다는 정부 발표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대면 진료 문제를 법 개정에 반영하겠다"는 발언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실제 비대면 진료 플랫폼 '굿닥'을 자회사로 둔 케어랩스의 주가는 이날 7천30원으로 마감했다. 전 거래일 대비 5.1%(7천440원) 하락한 것이지만 전공의 파업 전인 지난 15일(4천410원)과 비교하면 무려 37.3% 올랐다. 의료 플랫폼 '똑닥' 운영사 비브로스의 지분을 가진 유비케어의 이날 종가는 지난 15일 대비 20.4% 오른 6천320원, 의료용 체외진단기기와 분석 키트 등을 판매하는 나노엔텍의 종가는 33.1% 뛴 5천130원으로 나타났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련의 사태로 원격의료 산업에 대한 기대가 촉발된 것은 맞다. (주가 상승에) 신산업에 대한 전망이 일정부분 반영된 측면이 있지만, 의료계 반발에 따른 정책 변동 리스크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