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학교 신학기부터 500명 배치
주로 전직 경찰·교원 '유대감 우려'
1차 보고 여전… 교사 "일 그대로"
도교육청 "면접과정서 역량 볼 것"
경기도교육청이 3월 신학기부터 학교폭력(학폭) 사안을 조사하는 전담 조사관을 500여명 배치해 운영하기로 한 것을 두고 현장 교사들은 업무 부담이 줄어드는 정책 취지대로 운영될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 학생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교사들도 학폭 업무의 특성상 사안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게 일반적인데, 퇴직한 교원과 경찰관이 중심인 조사관들이 학생과의 정서적 유대감을 바탕으로 사안조사의 전문성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오는 3월 신학기부터 경기도 31개 시·군 초·중·고에서 발생하는 학폭 업무를 담당할 '학폭업무전담조사관' 500여명이 지난 19일 선발됐다. 정부가 이날 국무회의에서 조사관 도입 근거를 담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령안을 심의·의결함에 따라 전담 조사관들은 3월부터 학폭 사안 처리를 위해 투입된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은 기존 학폭 업무를 맡던 교사들의 몫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되레 역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가령 학교에서 학폭 사안 발생시 가해·피해 학생을 분리하고, 기본조사를 통해 교육청에 1차 보고하는 건 전담조사관 도입 이후에도 여전히 교사들이 맡게 된다.
조사를 위해 학교에 투입될 조사관과 일일이 일정을 조율하고 학생과 대면 조사할 경우 자리에 배석해 사안을 챙겨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학폭 업무에 어떻게든 관여돼 있으므로 조사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에 대해 교사가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사라지지 않는 배경이다.
퇴직 교원과 경찰관이 전담 조사관의 주를 이루고 있는 것도 현장의 걱정거리다. 도교육청이 집계한 관내 전담 조사관의 경력을 보면 퇴직경찰(39.7%), 퇴직교원(23.7%) 등 이들 비중이 과반을 이룬다. 물리적인 폭력뿐 아니라 사이버 폭력이 만연해지는 등 학폭의 양태가 다양해진 상황에서 현장을 떠나 있던 조사관들이 학생과 유대감을 가지고 조사에 나설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안양시 한 고등학교 교사 A씨는 "최근 학폭은 학생별로, 사안별로 다 달라 현장 교사들도 힘들어하는 업무"라며 "'당사자의 말을 잘 들어라' 정도의 매뉴얼과 전문성이라면 사안 처리가 불공정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 속, 현행법을 개정해서라도 학폭 업무 자체를 '학교 밖'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용철 경기교사노조 정책실장은 "현장에서 이 제도(전담 조사관)의 필요성에 공감을 못한다"며 "교육지원청이나 경찰로 업무를 이관하고, 학폭 업무를 누가 담당할지 구분을 명확히 지어야 지금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처음 도입되는 제도인 만큼, 현장 우려가 있을 것으로 보고 제도 안착에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면접 과정에서 경력만 보고 선발하지 않고 업무역량과 전문성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뽑았다"라며 "조사관 대상 업무연수 이후 지원청별로 실무실습을 진행해 현장 투입이 어렵다면 해촉도 할 수 있고, (교사 배석 문제 등) 현장의 어려움에 대해 소통하며 제도를 다져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퇴직자 중심 '학폭 조사관'… 현장에선 전문성 갸우뚱
입력 2024-02-20 20:27
수정 2024-02-2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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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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