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반발' 전공의 파업

인천지역내 540명 중 361명 사직서
수술실 차질 중증환자 위주로 진행
인천의료원 평소보다 입원 더 몰려
市 '업무개시명령서' 발부 대응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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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핵심인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전 인천의 한 대학병원 수납 창구에 전공의 부재 관련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2024.2.2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 파업이 벌어진 첫날, 인천지역 의료 현장 곳곳에서 차질이 빚어졌다.

심각한 '의료대란'은 없었지만 필요한 수술을 받지 못하거나 기존 입원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등 환자들은 불편을 겪었다. 몸이 아파 병원을 찾은 시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며 환자를 볼모로 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공감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인천시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수련 병원을 찾아가 파업 의사에게 '업무개시 명령서'를 발부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20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지역 수련병원 전체 전공의 540명 가운데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전날 273명보다 88명 늘어난 361명으로 집계됐다. 가천대 길병원 95명, 인하대병원 135명,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65명,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40명, 인천의료원 9명, 인천사랑병원 8명, 인천세종병원 5명, 나은병원 4명 등이다. 이 가운데 119명이 출근을 하지 않은 것으로 인천시는 파악하고 있다.

이날 인하대병원에서 만난 고교생 환자의 보호자 김모(52·연수구)씨는 다른 병원을 찾아가라는 말을 듣고 난감해 했다. 김씨는 "고교생 아들의 귀 뒤쪽 혈관이 부풀어 오르고 통증을 호소해 병원을 찾았지만, 다른 병원 진료를 권유받았다"며 "평소 같으면 가능한 수술인데 전공의 파업으로 중증환자 위주로 수술실을 운영해야 해 수술이 어려워 타 병원 진료를 권유받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인하대병원은 전체 전공의 158명 가운데 13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인천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비율이 가장 높고 사직서를 제출한 많은 전공의가 출근하지 않고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날 인천의료원에서는 전공의 파업으로 상급 병원에서 옮겨온 '전원' 환자도 만날 수 있었다. 고건호(84·가명)씨는 낙상으로 다쳐 골절이 의심돼 어제 인하대병원에 입원했지만 입원 하루 만에 병원을 이곳 인천의료원으로 옮겨야 했다. 전공의가 없어 비중증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니 진료가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고씨 보호자 고은수(가명)씨는 "허리 골절 의심 소견이 있는데, 전공의가 없어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얘기해 병원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면서 "전원도 힘들었다. 전공의가 없어 퇴원동의서를 받는데 5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고씨 이외에도 인천의료원에는 지역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요양병원 등으로부터 평소보다 많은 전원 요청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특히 요양병원에서 온 장기요양환자들 가운데에는 평소 같으면 대학병원으로 가야 하지만 대학병원에서 받아주지 못하는 환자들이 속속 전원해 입원 중이다.

이날 의료현장에서 만난 환자와 보호자들은 전공의 파업에 대해 아픈 환자를 볼모로 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공감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인하대에서 만난 외래환자 김동진(48)씨는 "간단한 처치를 받는 일도 늦어지면 괴롭고 불편한데, 만약 당장 수술이 급한 환자들이 수술을 받지 못한다면 그 심정이 어떨지 모르겠다"면서 "의사들이 환자들의 목숨이 걸린 의료현장을 떠난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내일부터는 실제 파업에 참여한 전공의에게 '업무개시 명령서'를 발부할 계획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상급 병원들이 경증환자를 중심으로 전원 조치하고, 응급실의 경우 전공의가 빠진 공백을 전문의가 메우고 있어 당장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1~2주 이상 공백이 장기화한다면 어려울 수도 있다. 21일부터 현장을 찾아가 업무개시 명령을 발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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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이상우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