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1차적 목표 '정권 획득'?
국민 행복과 멀어보여 어리둥절
우리 삶 사소한 곳까지 닿은 정치
훌륭한 정치인 가릴 유권자 의무
철저한 관심과 잘못된 것 감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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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정당의 목적은 무엇인가'. 중학교인지 고등학교인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학창 시절 사회 과목 주관식 시험문제였습니다. 저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답지에 자신만만하게 답을 적어 넣었지요. '국민의 행복'이라고 말이죠. 정치를 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훌륭한 분들인지, 얼마나 높은 분들인지, 정치라는 것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평소 어른들로부터 귀가 닳도록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선거를 통해 이처럼 훌륭한 분들을 뽑는 이유는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하지 못하는 일을 하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따라서 당연하게도 정치의 목적은, 정당의 목적은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답을 적어 넣고서 뿌듯한 마음으로 답안지를 제출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얼마쯤 후에 시험 성적이 발표되었습니다. 어라!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사회 과목의 점수가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제 생각보다 낮은 점수가 나온 것이었지요. 저는 이유를 몰라 어리둥절했습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정답이 제가 생각한 답과 달랐습니다. 정답은 '정권의 획득'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선생님께서 정답을 설명하시면서 정권 획득을 목표로 하지 않는 정당은 진정한 정당이 아니라는 말씀까지도 하셨다는 것이었지요. 저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저렇게 높은 지위와 고매한 인품을 가지신 분들이 모인 곳인데, 고작 정권 따위를 잡기 위한 목적으로 모인 것이란 말인가! 저는 혼란스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도 정당의 목적이 '정권의 획득'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아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지요. '정치'란 '나라를 다스리는 일로서 국민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사전에 정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정당의 1차적 목표가 정권의 획득이라니 동의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시인 김광규는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회상하며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린 정치와는 전혀 상관없는 무언가를 위해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시인의 말씀처럼 우리의 삶이 정치와 전혀 상관없으리라 믿는 것 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어 보입니다. 정치는 우리 삶의 사소하고 구석진 곳까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멋대로 파고들어 헤집어 놓습니다. 때로는 내 삶에 부모님이나 아이들보다 더 많이 관여하지요. 내 노후를 위한 퇴직연금 지급 시기나 우리 아이의 미래를 위한 대학입시제도 같은 것들이 가까운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반드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19세기 미국의 신학자인 제임스 클라크는 '정략가는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부디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정치가들이 이번 선거에서 많이 당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훌륭한 정치가를 만드는 역할은 누가 할까요.

흔히들 자신을 싫어 떠나간 연인에 대한 최고의 복수는 '철저한 무관심'이라고 합니다. '네가 나를 떠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내가 너를 보낸 것이다. 네가 떠났다고 해서 나는 전혀 아프지 않다'라는 걸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나도 아프지 않은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잘못된 정치에 대한 최고의 복수는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철저한 관심인 것 같습니다. 선한 국민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 악은 승리한다고 합니다. 잘못된 정치에 대해서는 철저한 관심을 가지고,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권력이 아니라 국민의 행복에 먼저 관심을 두는 정치인을 가려내야 합니다. 그것을 위한 첫걸음이 바로 투표입니다. 투표야말로 잘못된 정치에 대한 복수이자 훌륭한 정치가를 만드는 유권자로서의 의무입니다. 투표로 복수합시다.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