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세게 당한' 미추홀구 '뒤늦게 지원 조례'


법률상담·긴급복지 등 사업 내용
의무 아닌 '가능' 식… 區 의지 중요
엘리베이터 고장 방치 등은 미포함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의자 일당 선고일 피해대책위원회 기자회견1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의자 남모씨 일당에 대한 1심 선고일인 7일 오후 인천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2.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미추홀구에서도 뒤늦게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조례가 제정됐다.

오는 28일부터 시행되는 이 조례를 통해 기초자치단체 차원의 향후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추홀구는 인천에서 가장 많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발생한 지역이다. 하지만 정작 미추홀구청이 피해자 지원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올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예산도 책정되지 않았다.

미추홀구의회는 지난 7일 본회의를 열고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조례안(이하 조례)'을 통과시켰다. 조례안은 28일 공포·시행된다.

조례는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의 회복을 돕고, 주거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상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된 임차인이다.

조례에는 구청이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또 전세사기 피해 사례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법률상담 ▲긴급복지 ▲심리상담 ▲지방세 납입기한 연장 등의 지원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여기에 더해 새로운 주택 입주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 긴급주거지원 주택 입주시 이사비, 소송 수행 경비 등 재정을 투입해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조례는 대부분 '지원해야 한다'가 아닌 '지원할 수 있다'는 식이어서 미추홀구청의 의지가 피해자 지원의 범위와 정도 등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건축왕' 남모(62)씨 일당으로부터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세입자들은 집안 천장 누수, 건물 외벽 자재 탈락, 주차 엘리베이터 고장 방치 등 건물관리 부문을 지원하는 내용이 조례에 포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으나, 이 조례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구의회는 건물 관리 부문은 상위법인 '집합건물 소유·관리법'과의 충돌 등을 이유로 조례에 담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타 구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명시해 건물관리부문 중에서도 사안이 시급하거나, 피해 정도가 심각한 사례는 구청장 의지로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여지를 뒀다는 입장이다.

구의회는 특히 조례에 '구청장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현황과 실태를 구의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못 박은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미추홀구의회 이선용 의원은 "해당 조례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피해자들이 원하는 내용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부분이 있지만, 이번 조례안 통과를 계기로 미추홀구청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의회에서도 추가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의회는 앞서 1월 이와 비슷한 내용의 '전세피해임차인 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킨 바 있다.

/정운·백효은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