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6개 시민단체 토론회
4.7m×4.5m 거대함 '상징적 가치'
협의체 구성·국제회의 등서 표명
"자국중심 논리 유의해야" 조언도

1871년 신미양요 때 미국의 조선 침략으로 빼앗긴 어재연 장군의 수자기(帥字旗)가 지난 2007년 '장기대여' 형식으로 한국에 반환됐는데, 다음 달이면 다시 미국에 돌려줘야 할 처지(1월30일자 1면 보도=장기대여 온 '어재연 수자기' 16년만에 다시 '미국 여행길')에 놓여 있다. 이 수자기를 인천에 영구 반환하는 방안을 모색해보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노동희망발전소, 민족문제연구소 인천지부 등 인천지역 6개 시민사회단체는 21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전교조 인천지부 대회의실에서 관련 토론회를 열고 어재연 수자기 영구 반환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먼저 수자기의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황 소장은 "어재연 장군 수자기는 4.7m×4.5m로 굉장히 크다. 국내에서 이렇게 의도적으로 크게 만든 기는 없다"면서 "당시 강화도는 외세 침략을 방호하는 국경 최전선으로 조선 최고의 군대가 주둔했다. 이러한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국경 표시의 역할도 있었다. 우리에게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황 소장은 과거 약탈문화재 국내외 사례를 짚었고, 수자기를 다시 한국으로 무사히 되가져오기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 학계 등이 함께 해야 할 일을 제안했다.
외교부, 문화재청 등 정부 기관을 비롯해 인천시·강화군이 협의체를 구성해 대응하고, 국회와 인천시의회·강화군의회 등은 법률·조례·예산 등 직간접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을 강조했다.
또 학계와 전문가는 한반도에서 벌어진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등 근대전쟁과 외교사 등을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국제회의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해 한국 입장을 호소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시민사회를 향해서는 '미국에 편지 보내기' '전적지 답사 운동', 각종 전시회·음악회·기자회견 등 다양한 활동을 언론과 함께 전방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수자기가 다시 돌아오면 걸 수 있도록, 광성보 언덕에 게양대를 설치하거나 영인본을 걸어두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신미양요 관련 연구를 진행하며 수자기 반환 운동에 나섰던 토마스 듀버네이 영남대 교수도 발표에 나섰다. 그는 "많은 한국 병사들이 깃발을 지키기 위해 죽었다. 저는 아직도 수자기가 한국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자기는 한국에 영구적으로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토론에서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신효승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약탈문화재 반환은 보편적 논리를 근간에 두고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 위원은 "한국이 약탈 문화재 반환에 '불법' 논리를 내세운다면 오히려 반환 논의를 저해할 가능성도 있다. 자국 중심 논리로 비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희환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는 수자기의 현재 의미를 강조하며 정부와 인천시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1871년 미군 강화도 침공과 광성보에서 숨진 어재연 장군, 350명 무명 조선 병사의 죽음은 한미관계에서 잊혔지만 이를 다시 생생한 역사의 사건으로 불러내 준 것이 어재연 장군 수자기"라며 "우리 자존심이 담긴 상징물을 이대로 보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흥열 강화군의원은 시민운동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자기 재귀환을 요구할 주체는 결국 인천 그리고 강화지역 시민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면서 "오늘 토론회를 기점으로 새롭게 시민운동이 일어나고, 정부·국회에 노력을 촉구하는 일이 시작돼야 한다. 총선 이후 전문가·시민운동 관계자를 포함하는 조직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