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병원서 거부당한 환자들 모여
"같은 병실 사용 5명중 4명 퇴원"
일반병원도 '수술 가능' 문의 늘어

21일 정오께 성남시의 수도국군병원에서 만난 채모(56)씨는 아침부터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지난 19일 새벽 아들이 턱 골절상을 당해 분당서울대병원으로 향했지만, 응급처치만 해줄 뿐 전문의가 없다며 수술을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결국 집으로 돌아와 발을 동동 구르던 채씨는 국군병원에서도 진료받을 수 있다는 뉴스를 보고 전화도 없이 달려왔다고 했다.
그는 "종합병원에서 나사를 박는 등 응급처치를 한 후에 수술이 필요하다고 안내하면서도, 병원에 의사가 없어 수술이 불가능하다며 알아서 상황판단을 하라고 했다"며 "집으로 돌아와 다른 병원을 찾던 중 국군병원에서 진료가 가능하단 뉴스를 보고 바로 달려왔다"고 했다.
전공의들이 의대 인력증원에 반대하며 이틀째 파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한 환자들이 일반 종합병원을 찾고 있다. 특히 국방부가 의료대란 우려로 지난 19일부터 군 병원의 응급실을 본격 개방하면서, 국군병원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이날 오후 3시께 병원을 찾은 김모(65)씨 역시 남편이 서울의 고대구로병원에서 퇴원통보를 받아 이곳으로 왔다고 했다. 낙상사고로 골절상을 당한 남편이 '만성골수염'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었는데, 의사가 없으니 돌연 퇴원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김씨는 같은 병실에 있던 5명의 환자 중 중증환자 1명을 제외한 4명이 모두 같은 날 병원을 나와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수술 후 한 달 넘게 치료를 받으면서 남편 상태가 좀 좋아졌는데, 더는 봐줄 수 있는 의사가 없으니 퇴원해야 한다고 했다"면서 "이후 딸 집에 머물며 지속적으로 상처 부위를 소독했지만, 만성이라 그런지 병원을 나오니 뼈가 바로 붓기 시작했다. 몇 군데 종합병원에 전화해 봤지만 다 입원이 불가능하다고 해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날 정오 기준 국군병원을 찾은 민간인은 총 10명으로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5명, 국군포천병원에서 1명이 진료를 받았다.
일반병원 역시 대학병원에서 넘어오려는 환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었다. 군포시 소재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대학병원에서 암 수술 등을 받기 위해 기다리던 외국인들이 이곳에서 수술 가능한지 물어보는 문의가 늘고 있다"며 "최대한 받으려고는 하지만 한계가 있다. 현재 적정선을 넘겨서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요양병원은 노인들에게 응급상황은 생명과 직결되는 탓에 의료파업으로 인한 우려가 큰 모습이었다.
동두천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200명이 넘는 어르신이 병원에 있는데 호흡곤란 등 응급으로 큰 병원에 가는 경우가 한 달에 10건에 달한다"며 "아직은 문제가 없었지만, 어르신들에게 응급상황은 생명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아서 파업으로 인한 진료 거부가 현실화되면 사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