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치료·회복 아닌 '돈'이 목적
피해액 3조4천억·환수율 6.9%뿐
행정·사법기관, 조사·처벌 한계
억울한 피해자·재정누수 없도록
건보공단 '특사경 권한' 필요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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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철옥 경기도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
2년 전 장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 대학병원에서 치료하다가 요양병원으로 전원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망하셨다. 당시 코로나19 때문에 입원할 때에는 보호자가 요양병원 입원실을 들어갈 수 없어 확인하지 못했는데, 새벽에 사망 소식을 듣고 달려간 요양병원의 시설은 참혹하기 그지 없었다. 수용소 같은 병실에 산소호흡기도 검사 일자가 지났고, 한 명의 요양보호사가 수십 명의 노인을 돌보고 있었다.

사무장이란 사람은 사망사고에 대한 위로는커녕 요양병원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만 얘기하고, 고령의 당직 의사는 자리를 지켰는지, 스스로 어떤 조치를 했는지 설명조차 하지 못했다. 병원을 옮길 때만 해도 요양병원에서는 모든 시설과 의료인이 완비되어 있다고 전원을 권유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환자를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겼던 것이다. 의료중재원의 조정으로 수백만원을 보상하라는 결정이 내려졌지만 요양병원의 거부로 결국 소중한 가족을 잃고, 보상도 받지 못했다.

요양급여를 목적으로 하는 불법 사무장병원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고 한다.

실제 경험해 본 바로도 그들은 환자의 치료나 회복이 아니라 돈이 목적이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불법 사무장병원은 이익창출만을 목적으로 시설미비, 과다처방, 일회용품 재사용, 무면허 의료행위 등으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를 발생시키는데, 그 피해액이 약 3조4천억원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환수율은 고작 6.9%에 불과하다고 한다.

결국 불법 사무장병원으로 인해 선량한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무장병원인지 아닌지조차 구분하기 어렵고, 사무장병원에서 피해를 입어도 그 피해를 구제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미 사망하거나 상태가 악화된 환자를 원상회복할 수 없는 일이고, 금전적으로 배상을 받고 싶어도 입증하기가 어렵다.

의료중재원의 조정 절차는 소비자에게는 쉽지 않은 과정이다. 게다가 병원 측에서 조정안을 거부할 경우 시간적, 경제적으로 소비자가 의료소송으로 진행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이러한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불법 사무장병원이 횡행하는 것이다.

결론은 불법 사무장병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다.

그런데, 현재 사법기관이나 행정조직으로서는 불법 사무장병원 개설부터 부당급여 청구 및 환수 등의 조치에 한계가 있는 모양이다. 수사기간만 평균 11.5개월이 걸린다고 하니, 그 사이에 재산을 은닉하거나 병원을 폐업하고 잠적해버리면 새어나가는 재정을 막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결국, 더 이상 의료소비자의 억울한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고, 건보공단의 재정누수를 막기 위해서라도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건보공단의 특별사법경찰권한(이하 특사경) 부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불법 사무장병원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하고, 이들이 부당하게 편취한 진료비 금액은 확실하게 환수해야 할 것이다. 경찰이나 의료계에서 건보공단의 특사경 도입을 반대한다면, 그보다 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효율적이고 강력한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건보공단의 특사경 도입 후 경찰이나 의료계가 우려하고 있는 부분들을 보완해 나가면 될 것이다.

불법 사무장병원으로 인해 소비자는 과다한 의료비를 지출하게 되고 건강과 안전에 대한 위협은 물론, 소중한 가족까지 잃을 수도 있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건강보험의 재정누수를 방지해야 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억울한 피해사례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강력하고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장 효과적인 해결방법이 건보공단의 특사경 도입이라면 하루빨리 제도를 개선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손철옥 경기도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