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고산동 훈민중학교 운동장에 모듈러 교실을 빌려 설치하고 철거하는데 들어간 비용이다. 여기에 주변 시설물 정비와 훈민중 운동장 복구 비용까지 더하면 1년간 모듈러 교사를 운영하는데 든 예산은 3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신규 택지지구의 입주보다 학교 신설이 늦으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어른들이 아파트는 빨리 지으면서, 그곳에 사는 어린이들이 다닐 초등학교는 늦게 마련하는 바람에 430여 명에 달하는 초등학생이 조립식으로 만든 교실에서 1년을 보냈다. 교무실 한쪽에 딸린 보건실, 체육관이 없어 비가 오면 체육수업을 할 수 없는 아무래도 불편한 환경이었을 테다.
적지 않은 예산과 행정력이 소모됐다. 30억원으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선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 뛰어다녀야 했던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물론 새로운 환경에 맞춰 부랴부랴 수업 준비를 해야 했던 교사들. 학생 배치계획이 결정되기까지 교육청을 오가며 애태웠던 학부모와 불안정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다 신기루처럼 추억을 잃게 된 학생들까지. 피해자가 아닌 사람이 없다.
고산초 사례 이후 관련 지침이 개정되면서, 이제는 분양공고일이 아닌 신규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일을 기준으로 학교 신설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아파트를 세우는 기간(분양공고 완료 후 30개월 내외로 준공)과 학교를 짓는 기간(투자심사 승인 후 37개월 내외의 공사기간) 사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변화다. 전보다 비슷한 일이 일어나기 힘들어졌다고는 하나, 굳이 이런 피해와 낭비를 경험하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친 행정엔 씁쓸함이 남는다.
고산초 모듈러 교실의 사례에서 우리는 단순히 학생 배치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를 대비하는 행정의 필요성을 생각해야 한다. 또 이번 사례를 교육행정이 얼마나 현장을 반영하고 있는지, 학생을 배려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적지 않은 수업료만큼 교훈이 남았길 바란다.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차장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