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48개 초중고 95학급 운영중
일부학교 채용공고 불구 '구인난'
임금 적고 역할 제한에 지원 감소
'필수인력' 아니라 현장선 애간장
인천에서 한국어학급을 운영하는 일부 학교가 '다문화 언어강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기간 저임금 일자리라 다문화 언어강사 지원자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 아직 한국어에 서툰 다문화 학생들의 학습을 도울 교육당국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어학급은 중도입국 또는 외국인 학생들이 교과 수업을 듣기 전에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에 적응하도록 돕고자 학교 내에 설치한 특별학급이다. 인천에서는 한누리학교와 48개 초·중·고등학교(95학급)가 한국어학급을 운영 중이다.
한국어학급에서는 담임교사와 같이 전담 강사가 학생들의 언어·문화 적응 수업을 진행하는데, 이때 한국어를 몰라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보조하는 것이 다문화 언어강사의 역할이다. 이들은 대부분 강사 자격을 갖춘 결혼이주여성으로, 자국과 한국의 언어·문화에 익숙해 지도교사나 다문화 가정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된다.
하지만 새 학기를 앞둔 22일 현재 한국어학급 운영 학교 49곳 중 다문화 언어강사를 채용한 학교는 20여 곳 정도로 파악됐다. 이 중에는 한국어학급이 2개 이상이지만 다문화 언어강사를 1명밖에 구하지 못한 학교도 있다. 나머지 학교 중엔 수차례 채용 공고를 했음에도 지원자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특히 아랍어나 러시아어 등 특정 언어에 능한 지원자는 더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문화 언어강사는 시간당 3만원의 보수를 받는데, 근로 시간은 주 14시간 이하라 임금이 적다. 역할도 '수업 보조' 정도로 제한돼 점차 지원자가 줄어드는 분위기다.
새 학기 전까지 다문화 언어강사를 구하지 못한 학교는 다문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 보조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지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인천시교육청은 다문화 언어강사를 반드시 학교에 배치해야 하는 '필수인력'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어 채용 과정은 모두 일선 학교의 몫이다.
강사 자격이 있는 결혼이주여성 명단을 학교에 공유하는 정도의 지원만 하고 있다. 다문화 언어강사는 한국어를 아예 알지 못하는 일부 학생을 위한 인력이기 때문에 인천시교육청이 채용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다문화교육지원센터를 통한 가정통신문 통·번역 서비스 지원, 이중언어 상담사 수시 파견 등이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학생들은 한국인 강사가 지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도움이 필요한 다문화 학생이 적어 상시 보조 인력이 없는 학교의 학부모들은 아쉬울 수 있지만, 대신 실시간 번역이나 학교 통·번역 보조원 채용 등의 지원으로 원활한 학습을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