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 사태로 본 인천의료원


비상진료체계 가동 시민피해 최소화
팬데믹 이어 큰 역할 중요성 재조명
2~3주 후면 피로도 높아 차질 불가피
"필수의료분야 시스템 구축을" 주장


전공의 집단 사직 이틀째 인천의료원 응급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 대란' 우려가 커지면서 대학병원에서 의료원으로 전원되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21일 오후 인천의료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2024.2.2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부족한 의사 수를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들 집단행동이 3일째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한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천 대표 공공의료기관인 인천의료원은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과정에서 인천의료원을 비롯한 지방의료원이 큰 역할을 했는데, 전공의 파업 사태를 겪으면서 의료공백을 메울 공공의료원의 중요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인천시는 일찌감치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비한 계획을 세워뒀다. 그 중심에는 인천의료원이 있다. 인천의료원은 응급의학전문의 중심으로 비상근무조를 편성해 어떤 경우에도 24시간 응급의료체계가 유지되도록 했고, 파업 기간 의사 연차·휴가를 최소화하는 계획도 마련했다. 개원의까지 파업에 동참하거나 장기화할 경우에는 야간진료를 연장하고 주말진료 등도 검토하기로 했다.

전공의 파업에 따른 의료공백은 현실화됐다. 22일 인천시에 따르면 오후 4시 기준 사직서를 제출한 인천지역 전공의는 모두 446명으로, 전체 540명의 80%가 넘는다. 의료기관별로는 길병원 174명, 인하대병원 138명, 인천성모병원 65명, 국제성모병원 41명, 인천의료원 11명, 인천사랑병원 8명, 인천세종병원 5명, 나은병원 4명이다. 이 중 349명(78.5%)은 실제 출근하지 않았다.

파업 이후 인천의료원이 세워둔 비상진료체계는 실제 가동 중이다. 응급실 24시간 운영을 지속하고 있고, 응급실 전문의와 당직콜 전문의를 순번제로 배치했다. 또 진료의사 연차·휴가를 자제·축소하고 있다. 지역 대형병원이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후순위로 밀려난 환자들의 인천의료원 전원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인천의료원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비상진료체계를 가동 중인데, 2~3주 정도 지나면 전문의 인력의 피로도가 높아져 차질이 예상된다.

코로나19 유행에 이어 전공의 집단행동 사태까지 겪게 되면서 공공의료 시스템을 확고히 구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때만 지방의료원에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미리 인력과 병상 규모를 확보해 단단한 지방의료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 원장은 "각 대학병원도 각자 버티고 있는 상황으로 큰 어려움은 없지만 폭풍전야의 고요함이나 마찬가지다. 파업이 이번 주말을 넘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기존 인력도 지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의사 부족이 지방의료원의 근본적 어려움이다. 많은 의사가 지역 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공공·필수의료를 강화하고자 지역사회와 함께 제2의료원 유치와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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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