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공의 사직서 제출과 파업이 나흘째 이어지자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최상위 단계로 격상했다. 하지만, 경기도 내 의료현장에선 여전히 환자와 시민들의 불편이 계속됐다. 특히 남은 의료인력은 환자 곁을 지키며 고군분투했지만 갑작스러운 보직 이동 등 혼란을 겪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3일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응해 보건의료재난 경보단계를 위기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를 가동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기준 주요 94개 수련병원 결과 소속 전공의 약 78.5%인 8천897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중 7천863명은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내 40개 전공의 수련병원 중 33개 병원의 전공의 1천568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이는 도내 전체 전공의 2천321명 중 67.6%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자 현장의 의료 서비스는 양과 질이 모두 저하됐고, 환자와 시민들이 겪는 불편은 여전했다. 이날 찾은 경기 남부지역의 한 상급종합병원에는 모든 외래진료 데스크에 진료 공백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외래진료를 받기 위해 해당 병원을 찾은 한 환자는 급작스레 바뀐 진료 일정에 간호사에게 불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진료를 받지 못한 이모(84)씨는 “오늘 외래진료 예약이 돼서 병원까지 왔는데 의사 얼굴도 못 보고 가는 게 너무 황당하다”며 “아픈 몸 이끌고 겨우 병원까지 왔는데 다시 병원에 와야 한다”고 토로했다.

전공의 공백에 의료현장은 업무가 지체됐고, 병원들은 부족한 인력을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 남은 의료 인력을 끌어와 전공의의 빈자리를 채웠다.

일반 간호사를 PA간호사로 전환했고, 환자의 혈액, 체액 등을 채취하고 검사하는 임상병리사의 업무 시간을 늘려 병동 업무까지 맡고 있다.

도내 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A씨는 “전공의가 빠지며 인력이 부족하니 병원에서는 일반 간호사를 PA간호사로 차출하고 있다”며 “아직 원래 자리에 있지만 언제 차출될지 몰라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다른 지역의 한 상급종합병원 간호사 B씨도 “심전도나 혈액배양검사 등 인턴 선생님이 하던 업무를 교수님이 하려고 하니 원활한 처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인턴이 맡았던 병동의 입원환자 업무를 임상병리사가 하는 상황”이라며 “병리사들은 병동 업무가 추가되며 하지 않았던 야간까지 일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중대본은 의료공백으로 인한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종별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이날부터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정부의 위기경보 격상에 따라 비상진료대책본부를 도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도 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