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인천 첫' 인공지능 활용 체계 구축
CCTV 영상에 포착된 실종자 특징 분석
정보 파악 시간별 위치 관할경찰서 제공
수사에 투입되는 인력과 시간 절감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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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진 인천 동구청장
"너희들도 그런 적 있어? 늘 가던 길 갑자기 헷갈릴 때, 집을 잘 못찾아가겠어."

20년 전 우연히 본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여주인공 수진의 대사다. 영화 속 수진은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다. 이 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증상이 악화된 수진은 결국 본인의 집을 찾지 못한다. 수진의 남편과 가족들은 실종된 그를 황급히 찾아 나선다. 수진은 경찰의 도움을 받아 겨우 집을 찾는다.

영화 속 장면처럼 치매를 앓는 구성원이 사라졌을 때 가족들은 큰 슬픔을 느끼고, 결국 경찰 신고를 통해 치매 환자를 찾을 수밖에 없다. 현실에서도 치매를 앓는 노인과 환자들의 실종 사건은 빈번하다.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3년간(2019~2021) 인천지역 실종자 신고 건수는 8천132건이다. 이 중 아동이 54.5%, 치매질환자가 25.7%, 장애인 19.8%이다. 실종된 연도에 발견하지 못한 장기 실종자는 24명에 달한다. 길 잃은 치매 환자를 찾는 골든타임은 24시간이다. 치매 환자가 배회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낙상사고 등 여러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인천 동구와 경찰은 치매 환자들의 실종을 막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예방대책을 세워왔다. 환자 고유번호가 적힌 '부착형 배회인식표'와 '손목시계형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감지기를 보급하고 지문사전등록제도도 병행하고 있다. 이 같은 예방책이 정상적으로 작동됐을 때 실종자 발견 시간은 평균 11시간에서 1시간 이하로 크게 줄어든다. 하지만 치매 환자들은 보급받은 감지기 등을 내려놓고 활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기기들이 무겁고 불편하다는 이유다. 의복에 부착하는 배회인식표는 치매 환자가 다른 옷을 입고 나가 실종되면 치매환자인 것을 확인하기 힘들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 환자 10명 중 6명은 배회 증상을 겪는다. 동구 지역 노인 인구는 지난해 12월 기준 1만5천240명. 전국 통계대로라면 동구 노인 1천500여 명이 치매를 앓고 있거나 증상이 있을 수 있는 위험군에 속한다. 이 중 900여 명은 집을 나와 배회할 가능성도 높다. 치매 환자가 있는 가족들은 노심초사(勞心焦思)할 수밖에 없다. 언제든 치매 환자가 감지기, 배회 인식표를 두고 집 밖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동구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인천 최초'로 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실종자 예방서비스 체계를 구축했다. 그동안 실종자를 찾기 위해선 경찰과 지자체의 행정력이 집중적으로 투입될 수밖에 없었다. 탐문수사와 CCTV 확인을 수작업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첨단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으로 실종자 탐색은 빠르고 정확해진다.

인공지능이 폐쇄회로(CC)TV 영상에 포착된 실종자 특징(복장 등)을 분석한 뒤 실종자 정보와 대조하고, 이를 토대로 파악한 시간별 위치를 관할 경찰서에 제공한다. 동구와 경찰은 제공받은 실종자 이동경로 정보를 따라 실종자를 추적할 수 있다. 실종예방 서비스를 통해 수사에 투입되는 인력과 시간을 절감하고 장기 실종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누구나 세월이 지나면 나이를 먹는다. 누구나 치매에 걸릴 수 있다.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는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들이 길을 헤매고 있다. 그 사람들이 우리 가족일 수 있다. 치매로 인한 실종은 때로 영구 실종과 사망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진다.

동구는 이 같은 문제를 선제적으로 예방해 치매 환자와 가족들에게 '울타리' 역할을 하려 한다. 치매 환자와 가족들이 무거운 짐을 덜 수 있도록 첨단기술을 도입하고 정책과 방안도 발전시켜 나가겠다. 동구에서 '인천 최초'로 시작된 첨단 지능형 실종예방 서비스가 인천 전 지역으로 하루빨리 확대돼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근심을 덜어주길 바란다.

/김찬진 인천 동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