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문화재단 큐레이터 스쿨 출신 두 기획자
‘터미널’과 ‘이방인’ 융화한 전시 ‘밤의 터미널’
윤대희·남오일·박지혜·이려진·한재석 作 선봬
“출발점이자 종착지, 생성과 소멸 반복의 공간”
“5월 또 다른 기획” “기획자 길 계속 걸을 것”
3월 17일까지 부평아트센터 갤러리 꽃누리

터미널은 출발점이자 종착지다. 도시 내·외부의 사람들이 바삐 오가는 관문이면서 매일 낯선 이들이 오가는,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 터미널에 불이 꺼진 밤은 낮과 달리 고요하고, 그래서 불안한 감정이 피어오르기도 한다.
인천 부평아트센터 갤러리 꽃누리에서 열리고 있는 부평구문화재단 연례 전시인 부평작가열전 ‘밤의 터미널’을 기획한 문혜인·조정은 큐레이터가 떠올린 부평이란 도시의 이미지라고 한다. 터미널에 빗댔다.
문혜인·조정은 큐레이터는 지난해 10~12월 부평구문화재단 예술교육사업 ‘부평 큐레이터 스쿨 : 청년 기획자 입문’ 과정을 통해 선발돼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큐레이터 데뷔전인 셈이다.

문혜인 큐레이터는 “애초 제가 낸 전시 기획 주제는 ‘터미널’이었고, 조정은 큐레이터의 주제는 ‘이방인’이었다”며 “제가 상상한 하드웨어적 공간(터미널)과 소프트웨어(이방인)가 융화한 결과가 ‘밤의 터미널’”이라고 말했다.
조도를 낮춰 다소 어두컴컴한 전시장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품 목록 1번 윤대희 작가의 ‘불면의 밤’이 이번 전시 주제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그림이다. 유기적이고 정형화 되지 않은 무채색 형태가 꿈틀대고 있는 그림이다.
윤대희·남오일·박지혜·이려진·한재석 등 작가 5명의 작품을 펼치는 이번 전시는 회화뿐 아니라 설치·드로잉·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구성으로 ‘밤의 터미널’의 단면을 만들어 내고 있다. 부평아트센터에서 전시한 경험이 있거나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이 전시에 참여했다.

조정은 큐레이터는 “구글링 등을 통해 작가들 홈페이지나 포트폴리오를 뒤져가면서 작가의 스펙트럼을 분석하고, 전시 참여를 제안했다”며 “작품 크기를 꼼꼼해 재고 배치 구상도 했는데, 막상 배치해보면 애초 생각한 느낌과 다른 경우도 있었고, 작가가 저희 제안과 다른 작품 전시를 역으로 제안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윤대희 작가가 여러 장의 비닐 위에 그린 ‘제목 없는 드로잉’은 전시장 중앙 쪽에 두고 터미널을 오가는 사람들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려진 작가의 비디오아트 ‘리모델링 사건’은 구석에 배치해 은밀한 느낌을 줬다.
남오일 작가의 사진 연작들은 도시의 인간 군상을 보여주고, 입구 쪽 박지혜 작가의 ‘시차’와 ‘나는 너의’는 터미널 불빛 같다. 전시에서 가장 생동감 있어 보이는 한재석 작가의 비디오아트 ‘feedbackcell’은 음량을 조금 줄여 다른 차분한 작품들과 어우러지게 했다.

문혜인·조정은 큐레이터 또한 부평을 터미널처럼 오간 이들 중 하나다.
문혜인 큐레이터는 “서울은 지역성을 증명할 필요가 없는 지역이지만, 서울 외에 있는 부평은 자기의 정체성을 계속 입증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전시를 준비하면서 많이 느꼈다”고 했다.
조정은 큐레이터는 “지역성이라는 것을 결정 짓지 말자고 문혜인 큐레이터와 이야기하고 기획했다”며 “지역성으로 묶기 보단 지역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내밀한 내면을 담았다”고 했다.
큐레이터들은 전시를 끝내고 터미널을 떠나 각자의 길을 간다. 문혜인 큐레이터는 “올 봄 대학원을 졸업하고 5월쯤 다른 기획자와 함께 서울 을지로 쪽에서 전시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대학생인 조정은 큐레이터는 “우선 학업을 마치고, 기획자의 길을 계속 걷고 싶다”고 했다.
전시는 3월17일까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