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계절, 장애인들은 반갑지가 않다. 불친절한 선거제도에 좌절과 소외만 커지기 때문이다. 후보자들의 공약, 선거 여론조사, 투표소는 남의 나라 이벤트인 것처럼 느껴진다. 국내 등록 장애인 수는 265만2천860명(2022년말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5.2%다. 지난 대선은 0.73% 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시각장애인은 후보자 정보를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 공직선거법 제65조는 선거공보 외에 시각장애선거인을 위한 점자형 선거공보 1종을 작성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책자형 선거공보에 그 내용이 음성·점자 등으로 출력되는 인쇄물 접근성 바코드로 대신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은 후보자들이 빠져나갈 그럴듯한 핑계가 된다. 점자 특성상 일반 글자보다 3배 이상의 분량을 소모하지만 면수 제한이 있어 정보가 빈약하다. 투표장에서는 어떨까. 시각장애 유권자는 투표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기표한다. 자신의 의사대로 투표했다고 전적으로 믿어야만 한다. 비밀투표의 원칙에서 배제된다.
계속 울려대는 청각장애인의 휴대폰, 중요한 전화일까 싶어 수어로 전달해 주는 손말이음센터에 중계를 요청해놓으면 영락없이 선거여론조사 전화다. 거리에서 유세하는 정치인들을 만나도 수어 통역사가 없으니 무슨 공약을 외치는지 도통 알 수 없어 답답하다.
25만5천명 발달장애인 역시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어려운 선거공보물은 높은 벽이다. 선관위가 선거공보물 내용을 한자어는 풀어쓰고 그림을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니 지켜질 리 만무하다. 영국과 스웨덴의 선거공보물은 그림으로 이해를 돕고 글씨 크기도 크다. 대만과 아일랜드 역시 투표용지에 정당 로고나 후보자 사진이 들어간다. 도입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모의 투표 체험 기회를 확대해 특수형 기표용구 사용에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15세기 조선 전기 세계 최초로 장애인단체 '명통시(明通寺)가 만들어졌고, 태종과 세종은 편견 없는 복지정책을 펼쳤다. 당시에는 장애인 복지정책을 잘못해서 원망이 하늘에 올라가면, 지상에 자연재해가 일어난다고 했다. 4월 총선에서 장애인 유권자들의 참정권이 침해받지 않으려면 보다 섬세한 준비가 필요하다. 장애인들이 투표장에서 자신의 선택을 제한 없이 행사할 수 있어야 복지국가의 체면이 선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