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등록한 곳 68개 달해
80㎝ 이상… 최장 기록 전망
기표실수·훼손 위험 등 우려
'투표용지만 작은 아이 키 크기인 80㎝…정당 이름 찾다가 한 세월'.
신당 창당 열풍과 함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른 위성정당 및 비례용 정당의 출몰로 이번 총선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최장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 70개 가까운 정당이 공식 활동하면서 투표지 길이만 80㎝ 이상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유권자 의도와 다른 투표용지 훼손으로 인한 형사처벌까지 우려되는 등 유권자들의 불편과 혼란이 예상된다.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총 53개의 정당과 창당을 위한 법적 조직인 15개의 창당준비위원회 등 총 68개의 활동 정당이 선관위에 등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에 등록해 '48.1㎝'로 최장 기록을 세운 21대 총선의 투표용지를 한참 넘어설 예정이다. 다음 달 21~22일 양일간 예정된 후보자등록 기간에 비례대표 후보를 내면 투표용지에 기호가 부여되는데, 현재 등록된 68개 정당이 모두 등록할 경우 80㎝ 이상의 용지 길이가 예측되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이번 선거에도 적용됨에 따라 후보자 등록 전 한 달 사이 정당 수는 지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비례대표 선거 참여 정당은 지난 20대 총선에선 21개였지만, 준연동형 비례제가 처음 도입된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35개까지 늘어난 바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최소 득표율인 3%만 넘으면 비례대표 의석을 지역구 선거 결과와 연동해 배분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꼼수'라 불리는 여야의 위성정당 난립도 한몫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를 선관위에 등록했고 더불어민주당이 검토 중인 '더불어민주연합'이란 당명의 위성정당은 조만간 공식 등록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투표용지가 한없이 늘어나고 기재된 정당 이름이 많아질수록 유권자들의 투표 행위와 관리 어려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일수록 기표 실수나 투표용지 훼손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용인 수지구의 투표소에서 한 노인이 비례대표 후보를 잘못 기표했다며 투표용지를 찢어 적발된 사례가 있다.
현재 공직선거법상 기표한 투표지나 기표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훼손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특히 기표를 마친 투표지 말고도 빈 투표용지나 무효표를 훼손하는 행위 역시 유죄로 인정될 수 있다.
경기도선관위 관계자는 "등록 정당들이 비례대표 후보자 등록을 해야 투표용지에 이름이 찍힌다. 투표용지는 후보자 마감 9일 후인 4월 1일부터 제작되며 그때 정확한 길이를 알 것"이라며 "투표용지 훼손에 따른 고발 사례 대부분 벌금형이 내려졌고, 집행유예 사례도 있다. 용지 훼손 사례가 발생할 경우 투표소 현장에서 고발 여부를 판단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