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 실거주 계약갱신요구 거절땐
이유있고 제3자 보기에 타당해야 등
사용권 극히 예외적 인정하는 반면
임차인 계약내용 번복 가능 '불균형'
재산권과 조화·권리 책임 전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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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경 법무법인 명도 대표변호사
최근 임대인이 실거주를 사유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하려면 이를 스스로 증명하여야 한다는 대법원판결이 선고되었다. 임대인의 실거주 목적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사유의 존재를 임차인이 증명하여야 한다는 의견과 임대인이 장래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임을 증명하여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뉜 하급심 판단을 정리한 것이다.

소송에는 '증명책임'이라는 것이 있는데, 증명하지 못했을 때 패소할 위험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누가 증명책임을 부담하는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에게는 계약갱신요구권이 인정되고, 예외적으로 임대인이 이를 거절할 수 있으므로 임대인이 예외에 해당함을 증명하여야 한다. 증명책임에 있어서 주장책임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사실이어서 이를 어떻게 증명하여야 하는지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 대법원판결은 이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였다. ①임대인의 주거 상황 ②임대인이나 그의 가족의 직장이나 학교 등 사회적 환경 ③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④임대차계약 갱신요구 거절 전후 임대인의 사정 ⑤임대인의 실제 거주 의사와 배치·모순되는 언동의 유무 ⑥이러한 언동으로 계약갱신에 대하여 형성된 임차인의 정당한 신뢰가 훼손될 여지가 있는지 여부 ⑦임대인이 기존 주거지에서 목적 주택으로 이사하기 위한 준비의 유무 및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목적 주택에 실거주하려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택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2020년 7월31일 시행되었다. 법이 정하는 몇 가지 사유를 제외하고 임차인은 1회에 한하여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고,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법이 정하는 사유 중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을 포함한다)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는 임대인의 소유권과의 형평을 위해 도입된 항목이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판결에 의하면 단순히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를 넘어 그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 이유가 제3자가 보기에 타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규정에 없는 내용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이 실제 거주한다고 계약갱신을 거절해놓고 제3자에게 임대한다면 기존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두었다. 심지어 임차인은 계약갱신요구로 임대차를 갱신해놓고 언제든지 해지를 통지하면 임대인이 해지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 후에 그 임대차는 해지된다.

균형이 맞지 않는다. 소유권의 기본인 사용권은 사실상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반면에 임차인은 자유롭게 계약 내용을 번복할 수 있다.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하였다가 다시 해지를 통지한 경우 갱신하려는 임대차 종료일부터가 아니라 그 해지 통지가 임대인에게 도달한 후부터 3개월이 지나면 해지된다는 판례를 더하면 심각하다.

실제 사례를 보자.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실거주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며 계약갱신 거절을 통지하였다. 임차인은 그 이유가 타당하지 않다며 계약갱신을 요구하고 이사를 거부하였다. 소송이 부담된 임대인은 새로운 집을 임차하였다. 그런데 임차인은 갱신하려던 임대차 종료 1개월을 남겨놓고 계약갱신 요구를 번복하며 해지를 통지하였다.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해지 통지가 도달한 날로부터 3개월 뒤 이사하면서 임차권등기를 하고 보증금반환청구 소송을 하였다. 보증금에 대한 연 12%의 지연이자와 함께 말이다.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된 1981년과 비교했을 때와 지금은 그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지급할 수 있는 경제력 있는 임차인도 많다. 재산권과의 적절한 조화, 적어도 임차인 스스로 행사한 권리에 대한 책임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제는 균형이 필요하다.

/정민경 법무법인 명도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