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5개 학교, 1학년 대상 참여
행정 업무만 기간제 교사 담당
프로그램 운영은 일선 교원 몫
“2시간 데리고 있는 정도” 미흡한 체계
도교육청 “유관기관 MOU… 구인 지원”
3월 새 학기부터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늘봄학교’가 본격 시작되는 가운데 경기도교육청이 일선 학교의 행정업무 부담을 우려해 한시적 기간제 채용을 지원했지만, 정작 일선 학교에선 프로그램을 운영할 강사를 구하지 못해 교원들이 이를 떠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경기도교육청(이하 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달부터 도내 975개교에서 초등학교 1학년생 5만4천938명이 늘봄학교에 참여한다. 이에 더해 경기도는 무상으로 매일 2시간씩 돌봐주는 ‘1학년 맞춤형 프로그램’(이하 맞춤형 프로그램)을 이달 3주까지 모든 학교에서 전면 실시한다. 학부모의 수요가 있으면 연간 운영한다는 게 도교육청의 방침이다. 2학기부터 시작되는 늘봄학교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아이들의 적응을 사전에 돕겠다는 취지다.
도교육청은 일선 학교의 늘봄학교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정원외 ‘늘봄학교 전담 기간제 교사’ 선발을 진행했다. 지난달 말 기준 975명 중 926명(95%)이 채용돼 신청학교 대부분이 기간제 교사를 구한 상태다. 하지만 기간제 교사는 늘봄학교의 ‘행정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프로그램 운영’은 일선 교사들이 도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찾은 수원시의 한 초등학교는 새 학기를 앞두고 늘봄학교 운영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기존에 예절실로 방치됐던 공간을 저학년들이 놀이·체육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리모델링 했고, 지난해 시범학교를 운영하면서 이미 늘봄학교 업무를 경험했던 교사를 기간제로 재채용했다.
다만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은 1학년 교사들이 돌아가면서 맡는다고 했다. 해당 학교 교감은 “1학년 선생님들이 외부 사람이 오면 아이들이 낯설어하니까, 직접 참여하고 싶다고 의사를 표했다. 1학년 교사가 5명인데, 돌아가면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으로 운이 좋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학기 초 업무가 많고 보육의 성격이 강한 초등학교 1학년의 특성상 교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는 건 극히 드물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지역 또 다른 초등학교 역시 프로그램 운영을 1학년 교사 2명이 맡게 됐는데, 해당 학교 교사 A씨는 “교장이 부탁하기 쉬운 교사들이 떠안게 됐다”고 했다.
A씨는 “27명의 학생이 신청해 2개 반을 운영하는데, 협조적이고 마음 여린 담임 두 분이 학교장의 부탁으로 프로그램을 도맡게 됐다”면서 “3월은 학부모들의 민원성 상담도 많은 등 업무가 과중해 교사들에게 부담을 주기 어려워 교육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기보단 2시간여 동안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별 강사 구인을 돕기 위해 교육지원청별로 체육회나 예술진흥원 등 유관기관과 MOU를 맺었고, 대학과도 연계해 인력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초창기이다 보니 교내 선생님들이 협조해 주는 부분이 있지만 인력풀 정보를 나눠 외부 강사를 구인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