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경제자유구역 20년'에 연수구의 헌신
2015년 '특례사무' 이관받으며 어려움 감수
민원·행정 사무관계에 구청장의 역할 제한적
인·허가권 등 권한들 과감히 區로 이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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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인천 연수구청장
인천 연수구 송도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지 20년이 지났다. 그동안 송도는 세계적인 바이오기업과 국제기구, 그리고 국내·외 유명 대학이 들어서는 등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며 미래국제도시로 터를 잡았다. 그 뒤에는 경제자유구역을 품은 기초지방자치단체 연수구의 헌신적인 역할과 희생을 빼놓을 수 없다. 2015년 12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하 인천경제청)은 ▲생활폐기물 ▲하수도 ▲공원·녹지 ▲옥외광고물 ▲도로 등 5대 특례사무를 연수구로 이관했다. 당시 상응하는 예산과 인력 이관이 필수였으나 어렵게 합의했고 연수구는 불합리한 부분과 인력·재정의 어려움을 감수하며 투자유치를 약속한 인천경제청의 힘찬 출발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지금 인천경제청이 본연의 업무에 성실히 임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2022년 인천경제자유구역 외국인 투자 실적이 14년만에 가장 낮은 3억5천8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연간 목표인 6억 달러의 60% 수준이다. 국내·외 불안정한 경제적 요소들을 감안하더라도 부끄러운 성적표다.

인천경제청은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과 인천광역시 사무위임 조례에 따라 다양한 행정 분야에서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다. 권한을 보유한 기관은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 하지만 경제청은 주민 민원 해결을 위한 책임에는 소극적이다.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권한만 행사하는 데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다.

송도는 국제도시의 면모를 갖추면서 다양한 형태의 민원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집단화되는 양상까지 보인다. 민선8기 구청장으로 송도동의 많은 민원을 접수했고 조속히 해결해달라는 원성도 많았다. 인구 유입에 따른 현장 행정수요도 빠르게 늘었다. 마침내 연수구는 2022년 10월 송도관리단을 송도동으로 이전·확장했고 행정 접근성과 도시관리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송도의 행정수요와 민원의 대부분이 인천경제청 사무인 관계로 구청장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송도동의 건축인·허가 전반의 권한은 경제청에 있고 공동주택의 경우 위반 건축물과 부설주차장 단속·관리와 안전관리 등 민원 발생 업무는 대부분 연수구가 떠맡고 있다. 공원 관리 업무도 마찬가지다. 공원 면적 10만㎡ 이상과 미만으로 구분해 관리청이 이원화되어 있고 턱없이 부족한 경제청의 예산 지원 후 모든 관리 업무를 전액 연수구 예산과 인력으로 수행하고 있다.

결국 인천경제청은 막강한 인·허가권과 함께 토지 매각으로 발생한 대규모 재정 수입을 얻고 있고 연수구는 기반시설 후속 관리에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향후 광역·기초 간 지방재정 불균형과 구 재정건전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이렇듯 이원화된 행정권한은 구민의 혼선뿐 아니라 일관되고 효율적인 행정 집행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인천경제청 역시 외국자본 투자유치라는 본연의 업무뿐 아니라 행정서비스와 관할 지자체와의 행·재정적 협력까지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요즘 우리는 국내·외 변수들로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경제위기 속에 살고 있다. 이제는 인천경제청이 외국자본 유치 등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때다. 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연계 등 다양한 상생안이 담보될 수 있도록 관련 법으로 제도화하고 관할 단체장에게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인천경제청이 구민들의 행정수요와 민원을 해결하기 어려우면 특례사무 이관이라는 명분으로 민원 발생 업무들만이 아니라 인·허가권을 포함한 상당 부분의 권한을 과감히 구로 이양해야 한다. 이제라도 헌법에 보장된 지방자치제도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기초지방자치단체와 경제청 간 권한과 책임 범위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이것만이 두 기관 모두가 일관되고 효율적인 양질의 구민 행정서비스를 담보할 수 있는 해법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인천광역시 사무위임 조례 등 관련 법에 대한 적극적인 개정 의지다. 늦었다고 느낄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처럼 정책 결정권자들의 전향적인 사고와 용단이 필요한 때다.

/이재호 인천 연수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