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이 쌀보다 고기를 더 많이 먹는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 지난해 국민 1인당 3대 육류 소비량 추정치가 60.6㎏이다. 돼지고기 30.1㎏, 닭고기 15.7㎏, 소고기 14.8㎏ 순이다. 쌀 소비량은 56.4㎏에 그쳤다. 2022년부터 발생한 현상인데 앞으로도 육류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늘 것이란다. 평소 식탁을 떠올려보니 맞다 싶어 고개를 끄덕인다.
아재의 꼰대력을 발휘하자면, 한국인은 쌀 뒤주부터 채워야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민족이었다. 강화도 시인 함민복은 시 '긍정적인 밥'에서 "시 한 편에 삼만원"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했다. 시를 발표했던 때가 1996년, 불과 30년 안쪽이다. 육고기는 반만년 이상 계급과 계층을 나누는 칸막이였다. 소나 돼지를 잡으면 머리, 꼬리, 내장은 물론 뼈까지 알뜰하게 고아 먹었던 것도 그만큼 귀했고 그래서 갈망했던 육향 탓이었다. 덕분에 잡은 소를 120 부위 이상으로 나누는 세계 최고의 해체 신공을 보유한 민족이 됐다.
밥심으로 산다는 한국인의 주식(主食)이 고기라니, 식탁 혁명으로 명명해도 과하지 않다. 산업화 시대 도시 노동자들의 보약이었던 삼겹살이 주도한 혁명이다. 세계 최고 최대의 치킨 프랜차이즈가 뒤를 받쳤다. 소고기는 광우병 내란을 극복한 수입산으로 대중화됐다. 김일성의 국정 목표였던 '이밥에 고깃국'은 손자인 김정은 시대에도 신기루에 불과하다. 한민족은 고기 먹는 대한민국 국민과, 고기 먹는 꿈을 꾸는 북한 동포로 분단됐다. 육류 소비량은 체제 승리의 완벽한 증거다.
국민의 주식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가격이 폭등하면 나라가 흔들린다. 바게트와 파스타 물가 관리에 실패한 프랑스와 이탈리아 정권은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 반만년 왕조와 70여년 대한민국 정권들이 쌀 공급과 가격 안정에 목매 온 이유다. 이제 양곡관리만큼이나 축산물관리가 민생의 척도가 됐다. 민심은 치솟는 육류 가격에 흔들리고, 비계삼겹살에 분노한다.
중이 고기 맛을 알면 절에 빈대가 안 남는다고 했다. 육류에 길들여진 한국인이 꼭 그 모양이 됐다. 쌀이 없어 밥 굶는 사람이 거의 없듯이, 육류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해야 할 정부의 책임이 커졌다. 돼지고기, 닭고기 폭등으로 심판받는 정권이 나올지도 모른다. 격세지감이 끊일 날 없는 대한민국이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