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봉하·평산마을 속속 방문 文 전 대통령 예방 해석 분분
앞서 공천과정 사실상 이재명 직격… "신년인사뿐" 선긋기도

 

김동연 고기교방문 (1)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1월 31일 오후 용인시 수지구 고기교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주변도로 교통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2024.1.3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과 친명이 대립하는 이른바 '문명대전'이 발발한 가운데, 범진보 잠룡으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봉하마을과 평산마을 방문을 앞둬 이목이 쏠린다.

최근 김동연 지사는 민주당 내 공천 갈등을 두고 '민주당의 위기', '민주당다운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라는 쓴소리를 잇따라 낸 데 이어, 친노의 성지로 불리는 봉하마을과 더불어 평산마을을 찾아 친문의 핵심인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3일 경기도에 따르면 김동연 지사는 5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잇따라 방문한다. 봉하마을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곳이며 이어 평산마을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수도권 단체장 중 유일하게 민주당 승리를 안긴 뒤 봉하마을과 평산마을을 각각 방문한 바 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을 내세운 국민의힘이 전국 단체장 17곳 중 12곳을 차지하며 대승을 거뒀지만, 경기도만큼은 김동연 지사가 '역전 승리'를 보여줬다.

이번 방문을 두고 경기도는 오는 6일 부산에서 예정된 전국명문고야구열전에 덕수고 출신인 김동연 지사가 시구를 하기 위해 참석할 예정이고 이를 위해 부산으로 가는 길에 봉하마을과 평산마을을 들르는 일정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 계파갈등이 터진 상황에서 방문인 점에서 여러 해석이 나온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최근 봉하·평산마을을 찾은 뒤, 신당 창당을 선언했으며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도 미국에서 돌아와 정치 복귀 전 같은 행보를 보인 바 있다.

더욱이 김동연 지사는 이미 현 민주당 공천 상황을 두고 사실상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직격한 바 있다. 당시 김동연 지사는 "공천 과정에서 민심이 떠나면 회복이 어렵다"고 지적하며 "'누구를 배제'하는 공천이 아니라, 국민평가에 맡기는 '누구든 경선'을 해야 한다"고 이번 공천에 문제가 있음을 꼬집었다.

이후로도 민주당 내 친명·비명계의 공천 탈락은 계속됐고 이들의 강한 반발은 물론, 탈당이 이어지며 당이 쪼개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자 지난달 29일 김동연 지사는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오만이 다 덮이고 있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재차 민주당을 지적하며 "지금이라도 민주당다운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신의 집무실에 있는 故 김대중 전 대통령 자서전 마지막 문장인 '나는 마지막까지 역사와 국민을 믿었다'는 사진과 함께 "마지막까지 역사와 국민을 믿고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며 기득권을 내려놓으라고 촉구했다.

김동연 지사의 경우 도지사를 맡고 있어 총선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또 이번 총선에서 측근 출마가 거의 없어 정치적 뿌리 역시 달라 당내 기반이 약하다.

다만, 도지사로 당선되며 범진보 진영 잠룡으로 떠올랐고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는 정치성향으로 확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현재 친문·비명계 역시 뚜렷한 구심점이 없는 데다, 김동연 지사는 도지사로 경기지역 민주당 의원과도 접점이 크다. '김동연 역할론'이 계속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이유다.

경기도 관계자는 "올해 초 다보스포럼에 김동연 지사가 참석하면서 신년 인사를 하지 못했다. 시구에 참여하기로 한 전국명문고야구열전이 부산에서 열리고 그 일정 과정에서 봉하·평산마을을 방문해 신년 인사를 하려는 것"이라고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