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률 급격히 떨어지며 존폐 기로
20년 후에 개선책 없다면 '줄도산'
4차산업 발전 또다른 위기 쓰나미
지식공급 독점 붕괴 '무용론' 거론
존재가치 없다면 도태 당연한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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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우촌아카데미 이사장
3월은 대학생 새내기들이 고등학교 시절의 입시지옥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학 교육 환경을 기대하고 첫 등교를 하는 시기다. '자유와 진리'를 추구하는 지성의 요람 대학에서 자기가 선택한 과목을 수강 신청도 하고 대학 축제도 상상하면서 심쿵할 것 같다.

그러나 이런 대학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핑크빛 미래만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지금 정부와 의학계가 의대생 증원 문제로 대립하는 상황은 부족한 의사 숫자에 기인한 것이지만, 현재 처한 이 갈등은 현 정부의 3대 개혁 중 하나인 교육개혁의 일환 속에서 나타나는 과정이라고 보기에도 어렵다. 그 이유는 대학의 상황은 이보다 더 심각한 존폐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일차적으로 대학의 위기는 외부적 환경 변화에 따른 인구감소다. 출생률의 급격한 저하(低下)는 등록금 의존의 대학을 부실화시킨다. 2023년 기준 대학입학 정원은 약 50만명, 충원 입학생이 약 35만명 정도니 당연히 미달이 발생한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차후에도 개선될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20년 후에는 대학 입학생이 20만명 정도 추정되는데, 어떤 개선책이 없다면 등록금으로 유지하던 대학은 줄도산을 맞이할 것이다. 소위 대학의 위기는 기업으로 말하면 언제 문 닫아도 이상하지 않은 한계 기업의 위치에 놓여 있다.

인구가 밀집된 서울, 경기도 중심의 수도권 대학도 이런 외부적 상황에 대해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경기도 소재 약 69개 대학(전문대 포함)의 2023년 기준 입학 정원은 8만명 정도이지만 충원율은 91%로 약 9% 정도 미달 되는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

또 하나의 대학위기 쓰나미는 4차 산업의 급격한 발전에 기인한다. 대학이 아닌 곳에서의 다양한 정보 취득은 결국 대학 무용론(無用論)까지 나오고 있다.

지식정보의 다양한 네트워크는 대학 교육 생태계 파괴를 예상보다 빠르게 일으키고 있다. 인공 지능(AI)의 발전과 코로나 시절부터 본격 작동한 비대면(on-line) 교육은 대학의 지식 공급 독점을 급격히 붕괴시키고 있다. 도서관에서 찾던 각종 정보는 스타벅스 커피점에서 인터넷으로 쉽게 검색을 하는 시절이니 굳이 시간을 들여 대학 도서관에 찾아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런 대학위기의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정작 대학 당국은 스스로 개선할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아니, 솔직히 투자할 능력이 없는 소위 영세 대학이 더 큰 문제다. 대부분 대학이 학생 등록금으로 운영을 하였다. 수도권 대학들은 대학이 망하는 순서는 '벚꽃이 피는 순서'로 인구가 적은 남쪽부터라고 애써 자신의 위기감을 외면하면서 재정적 여유가 있던 시절 학문과 연구를 위한 인적 구조 조정과 설비 투자를 게을리하였다. 학생의 등록금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한 시절, 대학 당국은 외형적 학교 몸집만 키우면서 내실화(內實化)를 게을리했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않은 것은 대학 당국뿐 아니라 기득권화된 교수사회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자신들이 가진 낡은 정보를 가지고 강의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지식 전달을 전하지 못함으로 사회에 진출하여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은 교육이 되고 말았다. 소위 칠판과 분필만 가지고 학생에게 일방적, 수직적 교수 강의는 기득권화된 교수들의 밥벌이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는 교수 임용과 학과 조정은 기득권 교수들에 의해 방해를 받으며 학교의 제반 시설은 낡아가고 있다. 극단적으로 학생 화장실에 '온수(溫水)' 조차 공급되지 않는 대학이 생기고 있다. 이런 부실한 대학에서 4년의 대학 생활은 과장하면 그냥 허송세월로 보내게 하는 것이며 국가적으로 엄청난 기회 손실이다.

혁신을 모르는 대학은 더 존재 가치가 없으며 도태되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학생들의 등록금만 가지고 운영하던 대학 당국은 더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 이제 학생들도 스스로 옥석을 가릴 것이다.

/김영호 우촌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