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음악의 뿌리이자 중심지는 인천 부평이다. 1945년 9월부터 주둔하던 미군기지 애스컴시티(ASCOM CITY)에는 아나작(1948)이란 클럽이 있었다. 이후 1960년대 영내 클럽만 20~30개가 운영됐다. 당시 미8군 클럽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엄격한 밴드 오디션을 통과해야 했는데, 각지에서 실력파 뮤지션들이 모여들었다. 스윙재즈 밴드 토미스(Tommy's) 악단, 캄보밴드(브라스 악기 포함된 4~6인조) '파이오니아' 등이 연주를 했다. '돌아가는 삼각지' 배호는 가수 데뷔 전 드러머였다. 미8군 쇼에서 활약한 밴드들은 초창기 미국에서 유행한 최신 스윙과 재즈를 연주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점차 한국형 대중음악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다양한 장르로 발전시켰다.
부평구는 지난 2021년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된 후 '음악도시 부평' 브랜드에 공들이고 있다. 지역 뮤지션을 발굴하고 음반 제작비와 제작 과정을 지원해왔다. 올해부터는 버스킹(Busking·거리 공연)에 힘을 싣겠다는 구상이다. 부평구문화재단은 최근 청년 지역 음악가와 '간담 서늘' 간담회를 마련했다.
"버스킹은 공짜가 아닙니다." "지자체에서 마련한 무대는 정말 감사하지만, 뮤지션들의 공연을 재능기부 정도로 여기면 안 됩니다." 기관과 시민의 의식 변화가 절실하다는 간담 서늘한 일침이다. 축제마다 섭외 경쟁을 벌이는 인기 가수 몸값이 수천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수긍이 간다.
한국 밴드의 발상지 부평이라면 여느 지자체보다 더 세심하게 지역 뮤지션들의 자부심을 지켜줘야 한다. 간담회에 참여한 강백수는 시인 겸 싱어송라이터다. 인디 뮤지션을 바라보는 시선이 백수를 바라보는 시선과 다르지 않아 '백수'라는 예명을 지었단다. 강백수의 노래 '삼겹살에 소주' 가사처럼 삼겹살에 소주만 있어도 이렇게 행복한데, 지자체의 진심 어린 배려와 시민들의 함성만 있다면 뮤지션은 행복할 수 있다.
부평구는 시민 주도의 문화두레를 미션으로 삼고 있다. 선조들의 두레도 연대와 협업 후에 임금을 결산해서 주고받았다. 공공의 영역에서 거리 공연을 제대로 살리려면 뮤지션에 대한 응당한 보상과 협업 네트워크는 당연하다. 거리마다 멋들어진 연주가 울려 퍼지고 시민이 함께 즐기는 음악도시 부평이 되는 길이 보인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