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지자체와 '1대1 매칭' 분담 형태
'예술인 기회소득' 미지급지역 참여 어려워
비용 부담 개선 없이 정책 순항 힘들듯
'체육인 기회소득'이 경기도의회 문턱을 넘었으나, 앞선 '예술인 기회소득'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기회소득이 다른 직업군으로도 확대될 예정이라 예산 부담 구조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지난달 29일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에서 통과된 체육인 기회소득은 대한체육회 등에 등록된 19세 이상 중위소득 120% 이하의 전문선수에게 연간 150만원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지원금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전문 체육인들이 운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나, 실효성에서는 의문이다. 체육인들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은 경기도와 지자체가 '1대1 매칭'으로 분담하는 형태인데, 각 시·군이 적극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목표했던 대로 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선 경기도와 지자체가 각각 59억원을 나눠 분담해야 한다.
현재 기회소득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경기도의 강력한 의지와 달리, 사업 성공의 키는 각각의 지자체가 쥐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체육인 기회소득의 예산 설계가 앞서 무수한 걸림돌을 마주했던 예술인 기회소득과 동일하다는 점이다. '경기도 체육인 기회소득 지급 조례안'을 살펴보면, 예산을 계산한 부분에서 '비용 추계는 이와 유사한 사업인 '경기도 예술인 기회소득'을 참조함'이라고 명시했다.
우선 비용 부담으로 예술인 기회소득에 참여하지 않았던 수원시, 성남시, 용인시, 고양시는 체육인 기회소득에도 참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형평성' 문제가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탓이다. 예술인에게는 지원금을 주지 않았는데, 체육인에게는 정책 시행 첫해부터 지급한다면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사업이 시행되려면 시·군 내부에서 따로 기회소득 관련 조례를 통과해야 하는 절차가 있다"며 "예술인 기회소득 때도 여러 고민을 한 것 같다. 일단 정책을 한번 시작하면 중간에 중단하기 힘든 문제가 있다. 그렇기에 당시에 (예술인 기회소득 조례가 주요 지자체들에서) 보류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지자체 간 지급 여부를 두고서 나올 체육인들의 항의도 예견된 문제다. 경기도는 소득 수준과 직업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어디에 거주하느냐'가 수혜의 요건이 된다. 넓게 보면, 체육인 기회소득 사업에 참여한 지자체의 체육인들이 혜택을 얻는 구조다.
결국 기회소득 정책의 '맹점'으로 떠오른 지자체와의 비용 부담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정책이 순항하기 어렵다. 올해 체육인 기회소득을 시작으로 농어민 기회소득 등도 추진된다는 점에서 면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체육인 기회소득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데는 열 군데였으나, 현재 꾸준히 설득해 일곱 군데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지자체별로 상황은 다르겠지만, 직접 시·군을 하나하나 돌면서 참여를 독려하는 등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체육인 기회소득' 실질지급 산넘어 산
입력 2024-03-05 21:06
수정 2024-03-0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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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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