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의 나라, 덴마크에서 배운다·(下)] 해상풍력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


전기세 감면 등 '체감될 보상' 논의
산업변화 단계적 일자리 전환 거쳐
재생에너지 초점둔 정부 역할 중요

석탄화력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다. 특히 탄소배출량의 절반 이상이 발전부문에서 발생하는 인천이 '2045년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또 EU(유럽연합)가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관세를 매기는 탄소국경제도(CBAM)를 2026년 도입하기로 한 것은 제조·수출기업이 밀집한 인천시 입장에서 '발등에 불'이다.

인천시가 에너지 전환의 첫 단계로 해상풍력단지 조성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전문가들은 '이해 당사자인 주민·어민 설득' '산업구조의 정의로운 전환'을 주문했다.

■"주민 체감도 높은 조건 제시해야"… 에너지전담기구 설립도 필요


당장 인천시가 마주한 가장 큰 과제는 '주민 수용성' 확보다. 민간기업이 해상풍력사업을 추진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 심의를 받아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해야 하는데, 주민 수용성은 사업 허가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크게 작용한다.

오스테드(Orsted)와 한국남동발전, 씨엔아이(C&I)레저산업 등 사업자가 주민·어업인 협의체 회의, 숙의경청회 등을 거쳐 발전사업 허가를 받긴 했지만 주민 수용성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상황은 아니다. 이들은 해상풍력단지 조성과 관련해 주민·어민들에게 어떠한 혜택과 보상을 제공할지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강천구_인하대_교수.jpg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경인일보 DB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발전소 인근 주민들에게 도시가스를 공급하거나 전기요금을 감면해주는 등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제시해야 한다"며 "주민들 정서에 맞게 이익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천시는 이러한 역할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에너지 전담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그래야 해상풍력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인천시는 공공주도 해상풍력단지 개발을 인천도시공사(iH)에 맡기고 추후 에너지 공기업을 설립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탈 석탄' 산업구조 변화 대비해야

석탄화력 중심에서 해상풍력 발전으로 산업을 전환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석탄화력발전소를 중심으로 형성된 각종 산업과 지역경제를 염두에 두고 '정의로운 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임성진.jpg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임성진 대표 제공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는 독일 루르(Ruhr) 지역 사례를 들었다. 루르는 '탈 석탄'을 거쳐 정의로운 전환에 성공한 대표적 지역으로 꼽힌다.

산업구조 변화로 인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기존 광공업 건축물과 기계를 문화재로 보존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며 새로운 산업을 도입했다. 시민사회단체·노조 등과 산업 재편에 대한 논의를 통해 석탄 일자리를 단계적으로 바꾸고 전환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임성진 공동대표는 "독일 루르 지역은 탈 석탄으로 줄어드는 일자리를 새로운 모델 도입으로 채워냈다"며 "일자리 문제를 같은 선상에 놓고 해결해 가면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재생에너지 산업으로 넘어가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노동분야에서도 적극적으로 전환 정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정부·지자체의 과감한 정책 수립과 긴밀한 협의 중요

해상풍력단지 개발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민간 투자뿐 아니라 중앙·지방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해상풍력 강국 덴마크의 경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재생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고, 해상풍력사업이 활발해질 수 있도록 기업들을 뒷받침했다.

 

123123.jpg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오스테드 본사에서 만난 토마스 투너 앤더슨(Thomas Thune Andersen) 오스테드 A/S 이사회 의장.2024.2.22 덴마크 코펜하겐/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덴마크 코펜하겐 오스테드 본사에서 지난달 22일 만난 토마스 투너 앤더슨(Thomas Thune Andersen) 오스테드 A/S 이사회 의장은 "덴마크는 운이 좋게도 재생에너지 초기부터 정치적·산업적으로 정책적 방향을 해상풍력에 맞춰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며 "정부의 어느 부처든 재생에너지(해상풍력)에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고 산업적·사회적으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임성진 공동대표 역시 중앙·지방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덴마크 정부는 주민들과 이익을 공유하고, 어민들에게 새로운 이익이 창출되는 효과를 보여주면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입지 등) 해상풍력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본 사항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만들어내는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