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반환 판결에도 '법적 지위'
소득·종부·재산세 등 혜택 받아

지자체 등록현황 제대로 파악안돼
피해자 신청없이 말소 안돼 '분통'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의자 일당 선고일 피해대책위원회 기자회견1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의자 남모씨 일당에 대한 1심 선고일인 지난달 7일 오후 인천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2.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미추홀구 등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사기죄 법정 최고형인 15년을 선고받은 속칭 '건축왕' 남헌기(62) 등 일당이 여전히 임대인의 법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 사건의 한 피해자는 최근 남씨 일당의 '민간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해 달라는 민원을 국민신문고에 제기했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5조(임대사업자 등록의 말소)를 보면 집주인이 민사재판에서 전세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반환하라는 판결을 받았음에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민간임대사업의 등록을 지자체가 말소할 수 있다. 2020년에 해당 법이 일부 개정돼 시행된 내용이다.

지자체에 민간임대사업자로 등록돼 지위가 유지되는 동안 집주인은 주택에서 발생하는 소득세를 감면받고, 해당 주택은 종합부동산세를 계산할 때 배제된다. 또 재산세와 양도소득세 감면 등의 세제 혜택도 받는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이하 대책위) 안상미 위원장도 등기부등본상 집주인 A씨에 대해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1월 승소했지만, A씨는 아직도 민간임대사업자로 지자체에 등록돼 있다.

한 피해자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고 나서야 안 위원장도 집주인 A씨가 주소를 둔 수원시로부터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 조건에 해당해 조치하겠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안 위원장은 "여전히 불량 임대사업자들에 대한 관리가 안 되고 있다"며 "피해자가 지자체에 직접 신청하지 않으면 이들의 민간임대사업자 지위는 잃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건축왕' 남씨는 자신이 소유한 인천 미추홀구 등지의 2천700여가구에 대해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세입자와 전세계약을 맺었다. 속칭 '바지 집주인' 역할을 맡은 남씨 일당들은 지자체에 민간임대사업자로 등록해 해당 주택에 대한 소득세와 재산세 등 감면 혜택을 받아왔다.

대책위는 계약서와 등기부등본상 임대인인 남씨 일당 대부분이 미추홀구에 민간임대사업자로 등록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미추홀구 등 해당 지자체들은 전세사기와 연관된 임대인들의 민간임대사업자 등록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미추홀구 주택관리과 관계자는 "법원에서 전세사기에 연루된 민간임대사업자들에 대한 소송 결과를 개별 통보하고 있지 않아 소송 당사자인 피해자들이 민원을 신청하지 않으면 지자체에서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 2월 7일 재판에서 사기죄 최고 형량인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데 이어 검찰이 305억원대 사기 혐의로 추가 기소한 재판도 받고 있는 남씨는 7일 열린 공판에서 "사건을 병합해 조속히 하나의 형이 선고될 수 있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