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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2일자 참성단 제목이 '인천 하나3차 아파트'였다. 아파트 경비원을 향한 반인륜적 입주민 갑질사건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경비원 5명의 휴게실을 쾌적하게 리모델링해준 하나3차 아파트 주민들의 인간애는 갑질 병리현상에 찌든 우리 사회에 단비 같은 뉴스였다. "갑질의 악행이 워낙 도드라져서 그렇지, 전국 아파트 입주민 대다수가 하나3차 아파트 주민들과 다르지 않을 테다"라 했다.

막연한 희망과 믿음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번엔 수원 '영통하우스토리'이다. 98세대가 살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다. 8년간 입주민들의 손발이 되어준 경비원이 혈액암을 진단받자 아파트 운영위원회가 모금 안내문을 게시했다. 1주일 만에 1천만원의 성금을 모아 퇴직하는 경비원에게 전달했다. 진심어린 자필 답장이 게시됐다. "많은 분들이 격려와 성원을 해주신 것처럼 치료 잘 받고 완쾌해서 건강한 모습으로 안부인사를 드릴 것입니다."

모두 2월에 시작되고 끝난 이야기다. 한 배달 라이더가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언론들이 5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 아파트를 출입하는 배달 라이더가 한 두명이 아닐 테다. 1주일 시차를 두고 게시된 모금 안내문과 감사의 답장에 담긴 감동을 포착한 배달원의 눈썰미가 대단하다. '배달하다가 본 수원의 명품 아파트', 제목도 탁월하다. 기자 뺨칠 정도다.

사연이 알려지자 입주민들은 한사코 아파트 이름이 알려지는 걸 꺼렸다지만, 악행도 선행도 감추기 힘든 초연결 세상이다. 영통하우스토리는 순식간에 검색창에 떴다. 맹자는 "사람은 모두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不忍之心)이 있다"고 성선설을 밝혔다. 사람이면 차마 남을 해할 마음을 먹을 수 없으니, 선행은 인간의 본성으로 자랑할 일이 못된다는 것이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예수 말씀과 상통한다. 선행은 겸양을 겸비할 때 진정성을 갖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에게 행하는 악행들로 공동체에 향한 불신은 넓고 절망은 깊은 시대다. 한줄기 따스한 봄바람으로 겨울이 끝났음을 짐작한다. 인천 하나3차 아파트, 수원 영통하우스토리 입주민들의 선행은 과장된 갑질 악행을 치유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람다운 사람이 훨씬 많다는 믿음과 신뢰만한 공공재는 없다. 선한 입주민들로 아파트가 명품이 됐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