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가족' 맡길 곳 마땅치 않아
인천 보호시설 無… 서울·경기는 有
여가위, 위탁제도 전국확대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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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긴급전화 1366 인천센터가 남동구 SKY 동물메디컬센터와 가정폭력으로 발생한 피해자의 반려동물에 대한 임시보호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6일 이 동물병원 접수창구에 피해 반려동물 임시 보호소를 알리는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2024.3.6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반려동물은 유일하게 의지하는 가족이에요. 어떻게 가족을 버리고 혼자 떠나겠어요." (여성긴급전화 1366 인천센터 관계자)

인천지역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반려동물을 맡길 곳이 없어 보호시설 입소까지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피해자의 반려동물을 보호하는 시설도 두고 있는데, 인천시는 손을 놓고 있다.

가정폭력 피해자는 자녀 등과 함께 보호시설에서 최대 6개월 동안 지내며 치료와 법률 지원 등을 받을 수 있지만, 이들이 기르는 반려동물은 함께 보호시설에 입소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피해자가 보호시설 입소를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인천에선 여성긴급전화 1366 인천센터와 업무협약을 맺은 SKY 동물메디컬센터가 피해자의 반려동물을 임시 보호하고 있다.

1366 인천센터는 반려동물을 보호할 곳이 없어 가정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피해자가 생기자 2020년 SKY 동물메디컬센터 측에 반려동물 위탁을 요청했다.

하지만 보호 기간이 2주에 불과해 반려동물 위탁을 요청하는 피해자는 많지 않다.

해당 병원은 업무협약을 맺은 2020년부터 현재까지 피해자 6명의 반려동물을 임시 보호했을 뿐이다.

SKY동물메디컬센터 오이세 원장은 "가정폭력 피해자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듣고 돕겠다고 나섰지만, 소형동물만 담당하는 병원이어서 10kg 이상 대형견은 보호할 수 없고 보호할 수 있는 기간도 짧아 어려움이 있다"며 "반려동물을 오랫동안 보호하고 피해자가 주기적으로 반려동물과 만날 수 있게 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선 인천시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나 경기도는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가 보호시설에 있는 동안 지자체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에서 반려동물을 돌본다.

동물보호센터는 피해자가 보호시설에 머무르는 기간(6개월)에 자립을 준비하는 기간 1개월을 더해 7개월 동안 반려동물을 보호한다.

지난달 29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2023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를 채택하며 서울, 경기가 실시하는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 반려동물 위탁 제도를 전국에 확대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여성긴급전화 1366 인천센터 관계자는 "매년 우리 센터에 20~30명의 가정폭력 피해자가 상담을 신청하는데, 반려동물을 두고 집을 떠날 수 없어 대부분은 보호시설 입소를 포기한다"며 "가정폭력은 재범 가능성이 높아 피해자들에게 보호시설 입소를 강하게 권유하지만, 대부분 반려동물을 맡아줄 친인척, 친구를 구하지 못하면 폭력이 벌어지는 집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 피해자의 반려동물을 보호하는 제도 마련은 물론, 피해자가 반려동물과 함께 입소할 수 있는 보호시설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언주 교수는 "가정폭력 가해자는 피해자가 애착을 가지는 반려동물을 인질로 삼아 피해자가 자신을 떠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며 "피해자가 반려동물을 걱정해 폭력에서 벗어나기 주저하는 경우를 막고, 피해자와 동물을 모두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 농축산과 관계자는 "6개월 이상 장기 입원하는 등 반려동물을 기르기 곤란한 사람의 반려동물을 인수 또는 임시 보호하는 제도를 각 군·구에서 시행하고 있다"면서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반려동물 위탁사업을 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