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군, 별도 행사 없이 12일 이관
반환 요구시 '여론' 중요하게 작용
"국민적 공감대 넓힐 기회" 아쉬움
1871년 신미양요 때 강화도 광성보 전투에서 미군에 빼앗긴 뒤 지난 2007년 '장기 대여' 형식으로 한국에 들어온 어재연 장군의 수자기(帥字旗)가 오는 12일 다시 미국으로 떠난다. 수자기를 관리해온 강화군은 별도의 기념 행사 없이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으로 보낼 예정이다.
인천시 강화군은 강화역사박물관이 소장하던 수자기가 오는 12일 한국을 떠난다고 5일 밝혔다.
강화군 관계자는 "미국으로 보내기 위한 이관 준비를 거의 마쳤다"면서 "문화재 전문 운송 업체에 의뢰했고 박물관 관계자도 함께 동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으로 떠나는 수자기는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이 2025년 봄부터 2028년까지 3년 동안 진행할 아시아유물 특별전에 전시될 예정이다. 그동안 1~2년 단위로 연장 갱신해 온 대여기간은 오는 3월 15일 만료된다.
수자기는 조선시대 군영 최고 지휘관이 사용한 군기(軍旗)다. 어재연 장군의 수자기는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유일한 수자기라는 가치가 있다. 수자기를 들여오려던 것도 국내에 남아있는 수자기 실물이 없다는 문화재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어재연 장군 수자기는 4.7m×4.5m로 굉장히 큰 규모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크게 만든 수자기에 관한 기록은 아직 없다고 전해진다.
아쉬운 점은 강화군이 수자기를 보내며 별도 행사나 기념식은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점이다.
장기 관점에서 수자기는 영구적으로 한국으로 가져와야 하는 문화재라는 점에서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돌려받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여론이 될 것이 분명한데, 많은 국민들에게 수자기의 존재를 알리고 국민적 공감대를 넓힐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외규장각 의궤나 조선왕조실록 환수 사례만 보아도 국외 문화재를 '조용히' 돌려받은 경우는 없다"면서 "수자기를 다시 (미국으로) 되돌려 보내기 전에 어쩔 수 없이 돌려줘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알리는 계기로 삼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성재 노동희망발전소 대표는 "반환을 요구하거나 반환을 위한 대화를 요구하려면 중요한 것이, '많은 한국 사람들이 (수자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구나'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면서 "행정(기관)이 먼저 나서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인천에서는 수자기를 인천에 영구 반환하는 방안을 모색해보는 토론회가 열렸는데, 황 소장은 주제 발표를 진행했고, 이 대표는 사회를 맡았다.
강화군 관계자는 "아쉽지만 기념식, 행사는 없다.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라며 "수자기가 강화에 영구적으로 반환 되는 것이 강화군의 목표"라고 밝혔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