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될 위기 처한 여성·청년 관련 법안
2만5768개 중 1만6511개 국회 계류
총선 예비후보자 상대적으로 적어
22대 국회도 진지한 논의 힘들듯
사회적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여성과 청년 정치인이 소수에 그치면서 관련 법안들도 폐기될 위기에 처해있다.
6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제21대 국회에 접수된 법안 2만5천768개 중 1만6천511개가 계류 중이다.
이 중 여성과 청년 관련 법안도 다수 포함돼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화두에 올랐던 '비동의강간죄' 입법안으로 불리는 형법 개정안과 '낙태죄' 내용인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 등이다.
비동의강간죄는 20대 국회에서 10건 발의된 데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3건이 발의됐지만 무고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에 부딪혀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낙태죄는 2019년 이미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사실상 없어졌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대체 법안이 마련되지 않아 현재 입법 공백 상태다. 이에 임신 중절 시술의 건강보험 적용이나 임신중지 약물 도입 등에 관한 논의도 같이 멈춰있다.
이 밖에도 교제 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도 2건 발의됐지만 한 달여 남짓 남은 이번 국회 회기 내에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
청년 관련 법안도 마찬가지다. 의안명에 '청년'이 포함된 70건 중 계류 중인 것만 49건이다. 청년기본법 개정안,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 청년 자산격차 완화를 위한 지원법 등이 논의되지 못했다.
특히 청년주거문제에 대해 민달팽이유니온은 지난 5일 '2024 총선 세입자 정책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피해자 중 40세 미만 청년층이 74.46%를 차지할만큼 주거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며 전세사기특별법 개정, 표준계약서 의무화,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번 총선에서 여성·청년 예비후보자는 남성·기성세대 예비후보자보다 수가 현저히 적어 22대 국회에서도 이들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여성·청년 단체들은 정치권에서의 여성·청년 관련 논의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며 당사자로서의 정책 비전을 가진 정치 인물이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이정아 경기여성단체 대표는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기조를 기점으로 여성이 정책에서 삭제됐다"며 "지난 총선까지만 해도 여성후보군을 찾으려는 노력이 있었다. 부천 성고문 사건의 피해 당사자였던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나 청각장애인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그 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각각의 후보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정치대표성을 확보하려고 하는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청년 정치인이 갈등 주체로만 소비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정당들이 지금껏 청년 정치인을 내세우고 무엇을 이뤄냈는지 평가가 게으른 상황에서 청년이 정당과 갈등을 빚는 사례들만 부각돼 세대 갈라치기가 심해졌다. 이번 총선에서도 정당이 청년 정치에 대한 비전이 없는 상황이라 기대가 없다"고 전했다.
한편, 총선을 앞두고 출범한 '여성주권자행동 어퍼'는 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거리 행진을 계획하고 있으며 오는 27일에는 '총선정책토론회'를 열어 공천 과정과 공약에 대한 개선점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