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성 작가 '보부아르'의 첫 장편소설
46년 전 소개… 세월 무색한 파격적 내용
동시대 문학 '구토'·'이방인' 어깨 나란히
"미묘한 관계 속 솔직한 인간 성찰 담겨"
■ 초대받은 여자┃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강초롱 옮김. 1권 420쪽·2권 416쪽. 각 1만6천원
주인공 프랑수아즈와 애인 피에르는 일종의 '계약 연애'를 하는 사이다. 서로에게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생활을 존중한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랑수아즈는 시골 출신 여성 그자비에르에게 묘한 끌림과 경계심을 동시에 느낀다. 그자비에르가 두 연인의 관계에 초대되면서 고뇌는 시작된다.
한국에 처음 소개된 지 장장 46년. 세월을 무색하게 할 만큼 파격적인 줄거리를 자랑하는 보부아르의 첫 장편 '초대받은 여자'가 다시 독자를 찾아왔다. 지난 1978년 국내 처음 번역돼 출간된 뒤 최근까지 절판된 상태였다. 2024년 새로운 번역으로 탈바꿈하면서, 프랑스에서 처음 단행본이 나왔던 1943년과 지금의 가치관이 어떻게 어우러질지도 눈여겨 볼만하다.
'초대받은 여자'는 실존주의 철학의 정수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점이 특징이다. '실존의 애매성'이라는 보부아르 철학의 핵심이 치정극 형태로 재현된다. 객체와 주체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은 한 존재를 둘러싼 세계와의 갈등으로 치닫는다.
게다가 소설은 여성의 시선에서 전하는 실존주의 문학이라는 점에서 기념비적이다. 앞서 동시대 실존주의 문학은 사르트르 '구토', 알베르 카뮈 '이방인' 등 남성 작가가 서술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더욱이 보부아르는 무수한 저술 활동을 통해 현대 페미니즘 사상의 철학적 뼈대를 구축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자비에르의 몸짓, 표정, 심지어 그 애의 삶이 실재하기 위해서는 그녀가 필요했다. 지금 이 순간 그자비에르는 스스로에게조차 커피의 맛, 가슴을 에는 음악, 춤, 잔잔하게 느껴지는 행복과 다를 바 없는 존재에 불과했다. … 그리고 프랑수아즈가 몸을 돌려서 그자비에르를 응시하는 순간, … 그 이야기는 여러 가지 색채가 뒤섞인 벽지 사이에 위치한 이곳으로 귀결되었다."
유상훈 민음사 해외문학팀 편집자는 "20세기 페미니즘의 경전으로 불리는 '제2의 성'을 쓴 보부아르의 첫 번째 장편 소설이다. 미묘한 관계를 마주한 한 인간의 사유와 성찰을 솔직하게 담았다"라며 "실존주의 문학에 있어 '구토', '이방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실존주의가 무엇인지를 소설로써 아름답게 풀어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