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가 옛것을 추앙 중이다. '푸마'나 '잔스포츠' 같은 왕년의 스포츠 브랜드의 스니커즈와 백팩이 30년만에 각광받는다. MZ세대에겐 올드하기는커녕 심플하고 풋풋한 아이템이란다. 꽃무늬 자수가 놓인 '할머니 스타일' 카디건이 유행하더니, 올해는 '할아버지 스타일'이 패션 트렌드로 떠올랐다. 꽈배기 니트와 체크 셔츠, 오버핏의 럭비 셔츠가 거리를 누빌 듯하다. 오래 입을 수 있는 세련된 멋과 기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여유로움은 힙 그 자체다. 혹시 할아버지, 할머니 옷장을 슬쩍 열어보는 손주를 발견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막걸리는 힙걸리(hip+막걸리)가 됐다. 더 이상 고리타분한 탁배기에 담긴 아재술이 아니다. 투명 플라스틱 통에 담긴 싼 술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캐릭터와 탄생 스토리로 변신했다. 사과, 딸기, 한라봉 막걸리부터 밤, 잣, 메밀, 곤드레, 얼그레이, 꽃막걸리까지 무한 진화 중이다. 상상 밖의 맛과 향을 창조하는 다양한 재료와의 성공적인 컬래버로 MZ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전국 각지 도심 골목과 전통시장에 MZ세대 양조사들이 터를 잡고 독창적인 발효실험에 나서더니, 최근에는 애주가로 소문난 가수 성시경까지 막걸리를 출시했다.
2000년대 드라마도 역주행하고 있다. 거침없이 하이킥(2006~2007. 167부작), 커피프린스 1호점(2007. 17부작), 꽃보다 남자(2009. 25부작)를 보면서 유년기 감성으로 돌아간다. 꽃보다 남자 OST 유튜브 영상은 덩달아 조회수 2천500만회를 훌쩍 넘어섰다. 대세에 힘입어 드라마 수사반장(1971~1989. 880회)이 1958버전 레트로 휴먼수사극으로 4월 컴백하고 대장금(2003~2004. 54부작), 궁(2006. 24부작) 리메이크작도 내년에 볼 수 있다.
청년들이 왜 옛것에 빠져들까. 학원 뺑뺑이에 치열한 대입·취업 전선,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물가, 비현실적인 집값에 결혼은 엄두도 못내는 N포 세대. 닿을 수 없는 꿈을 좇으며 절망하느니, 현실에서 가능한 소소하고 작은 행복을 추구한다. MZ들의 복고 열풍은 현재의 절망에 대한 반작용일 수 있다. 사회적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가수 비비의 신곡 '밤양갱'이 음악차트를 휩쓸고 있다. MZ들은 '달디단 위로'를 갈망한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