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대생들, 휴학 강요 당혹
"집단 행동 아닌 논의 필요해"
의과대학생인 A(20대)씨는 개강일이 지난 지 일주일이 다 돼가지만 학교에 수업을 들으러 가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의대생들이 휴학하자 학교는 수업을 무기한으로 중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휴학을 한 것이 아니라, 휴학을 당한 상태"라고 털어놨다. 휴학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집단행동에 반대한다고 하면 곧바로 공개적으로 린치를 가할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A씨는 "과 학생들이 다 모여있는 단체채팅방에 학생회 측에서 '휴학 찬성 명부'를 실명으로 올리고, '유급될 일 없으니 한 명의 이탈자 없이 휴학에 동참해야 한다'는 '휴학 가이드라인'을 배포한다.
의사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복귀한 전공의들이 어느 병원 소속인지 조사해 겨냥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이메일로 테러하자' 등의 폭압적인 댓글이 달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말하냐"며 당혹스러움을 전했다.
A씨는 경인일보 취재진에게 의과대학 학생증을 제시하며 신분을 인증했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는 중에도 자신이 인터뷰이로 특정되면 안된다며 단어 하나도 조심히 꺼내고, 거듭 정정하기도 했다. 이는 집단행동에 공개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 의료계 내에서 위협이 가해질 수 있는 현실을 증명한다.
그는 지난달 28일부터 운영을 시작한 SNS 계정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이하 다생의)'의 구성원 중 한 명이다. 이들은 구성원의 신분이 드러날만한 정보는 철저히 공개하지 않은 채 게시글을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전하고 있다. 의료계 특성상 예과 2년과 본과 4년을 거쳐 모교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과정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 사이에서의 '평판'이 평가에 반영되는 것이 관행이기 때문이다.
다생의는 2020년 의사 파업 당시 결성됐던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들 모임'의 후신이다. 해당 모임은 당시에도 SNS 및 라디오 출연 등으로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단체행동을 멈추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다생의에는 당시 모임에 속해있던 구성원도 있고 새로운 구성원도 있다.
흉부외과 전공의 및 비수도권 의과대학 본과생이라고 밝힌 다생의 구성원은 지금까지 SNS에 총 5개의 게시글을 올렸다. 이들은 "집단행동으로 어떤 사회적 가치나 발전적 요구사항을 요구할지 논의가 부재하다"며 병원에 남아있는 의료진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는 현실을 전하고 집단행동이 아닌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게시글에는 "익명 계정으로 선동하지 말고 의사 인증해라", "공무원 아니냐", "익명은 비겁하다" 등의 날 선 댓글들이 빗발치고 있어 의료계 내에서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A씨를 비롯한 다생의는 정부 정책에 찬성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결국 공공의료가 확대돼야 한다고 짚었다.
A씨는 "의사를 늘려야한다는 방향엔 공감하지만 정부의 필수의료패키지는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의대 증원 뿐만 아니라 혼합진료 금지에 대한 내용도 구체성이 없고, 4년 전과 달리 공공의료 확대 등 공적차원에서의 지원책이 불분명하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
'보복 우려' 사분오열된 의료계
입력 2024-03-07 20:26
수정 2024-03-0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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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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