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민원위법행위 유형별 대응지침 곧 배포
특이·악성민원 어떤 범죄 해당하는지 안내
고소·고발 등 법적조치는 기관 자율…‘허점’
노조 “악성민원 근본해결 위해 의무화해야”
‘좌표 찍기’에 시달리던 김포시 공무원 A씨가 마땅한 대응방안을 찾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가운데(3월7일자 인터넷 보도=‘흉기처럼 휘두르는 악성민원, 공무원에겐 방패가 없다’),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민원 대처 지침이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새 지침이 특이·악성 민원의 특성 및 유형을 구체화함으로써 기관 차원의 법적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되지만, 기관장의 고소·고발 등 법적조치는 여전히 기관 자율에 맡겨져 있다는 점에서 현장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8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행정안전부는 민원처리 과정에서 폭력·협박 등 위법행위를 당할 경우 이를 유형별로 대응할 수 있는 지침을 이르면 이달 내 배포할 예정이다. 지침에는 특이·악성 민원이 현행법상 어떤 범죄에 해당하는지 사례 중심 대응요령과 고소·고발 등 법적절차 안내 등의 내용이 담긴다. 행안부 관계자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형사정책관련 기관 감수를 거쳐 현재 지침 초안 완성단계”라며 “지자체 의견 수렴을 거쳐 이르면 3월 말, 늦어도 4월 중에는 배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유형별 대응지침이 마련될 시 민원인 위법행위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법적조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씨가 겪은 일처럼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폭력 등 이전에 보이지 않던 공무원 대상 범죄 유형에 대해서도 기관 차원 대응이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앞서 지난 2022년 10월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고 ‘공직자 민원응대 매뉴얼’과 ‘민원인의 위법행위 및 반복민원 대응지침’이 나왔지만, 구체성이 떨어져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실제로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는 특이민원 특성·유형에 따른 맞춤대응전략의 필요성을 제시한 바 있다.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임준배 국회 입법조사관은 경인일보와의 통화에서 “유형별 대응방안을 구체화하는 내용으로 지침을 개정하는 건 기관 차원의 법적 대응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면서 “최신 개정법률과 새로운 범죄유형에 대한 해석이 담긴다면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유형별 대응지침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일선에서 변화가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2022년 법률 개정에 따른 지침에서는 기관장이 법적조치를 적극 실시하고 민원전담대응팀을 지정해 법적대응을 총괄하도록 했는데, 지침 이행을 강제할 만한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유형별 대응방안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기존의 ‘법적조치’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손질되지 않는다면 악성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확실하게 보호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악성민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민원인의 위법행위 양상을 명확히 규정하고 기관 차원의 강력한 법적조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기관장이 법적대응을 해야 한다는 조항이 관련법 시행령에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민원서비스 종합평가에서 감점을 받는 식으로 (기관장이)정무적 책임도 지게 돼 있다”면서도, “지자체마다 주체성이 있다 보니 그 이상 관여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응지침 말고도 민원업무에 방해되는 내용을 파악해 법과 제도로 보완할 게 있다면 반영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