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장면 하나. 김포시는 여름철 땡볕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주요 사거리마다 접이식 그늘막을 설치했다. 그런데 어느 사거리 모퉁이에는 지난해 여름 내내 이 그늘막이 접혀 있었다. 그늘막을 펴면 자신의 매장이 완전히 가려진다는 항의민원 때문이었다.
똑같은 사안을 놓고 민원이 충돌하는 경우는 이뿐만이 아니다. 누구는 주차단속을 요구하고 누구는 단속 예외를 요구한다. 현수막을 철거해 달라는 민원에는 '왜 우리 것만 떼느냐'는 반발민원이 따라붙는다. 공영주차장 입구가 어두워 사고위험이 있다는 민원을 받고 차단봉에 조명을 설치했더니 불빛 때문에 잠을 못 잔다고 항의한 사례도 있다.
김포 공무원 사망사건은 민원이 꼬리를 물다가 벌어졌다. 제설 요구 민원에 따른 염화칼슘 선제 살포, 염화칼슘 살포에 따른 포트홀 발생, 포트홀 항의민원에 따른 긴급 보수공사, 보수공사에 따른 교통정체로 특정 공무원에게 '좌표'를 찍고 분노를 쏟아냈다. 심야시간대에 공사를 진행했는데도 항의가 걷잡을 수 없이 빗발치다가 기어이 사달이 났다.
민원이 끝모르고 계속되는 건 행정기관의 저자세와 무관치 않다. 헌법상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 규정된 공무원의 지위가 발목을 잡으면서 어떤 부당한 일을 겪고 공격을 당해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행정서비스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걸 대다수 시민은 안다. 그럼에도 민원인들은 문제의 해결 여부를 떠나 감정쓰레기통 역할이라도 할 것을 공무원들에게 강요해왔다.
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 돌고 도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끊어내야 할 때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