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선 스트레스·사고발생 부담감
환자도 "인력 없다고 의사 일 당황"
정부가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대응으로 간호사 업무 범위에 관한 보완 지침을 마련, 간호사가 의사의 업무 일부를 할 수 있게 됐지만, 경기도 내 의료 현장에선 여전히 우려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10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진료지원 간호사가 보다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지침이 보완돼 본격 시행됐다.
지침을 보면 10개 분야 98개 진료지원행위 중 X-ray, 관절강 내 주사, 방광조루술, 요로 전환술, 전문의약품 처방, 전신마취 등 9개 행위를 제외한 89개 진료지원행위를 간호사가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다만, 병원별로 의료기관장이 주요 진료과 및 간호부서장 등이 참여하는 조정위원회 협의를 거쳐 89개 진료지원행위 가운데 가능 범위를 최종결정하기로 했다.
해당 지침이 시행되자 도내 한 병원 게시판에는 '간호 업무 범위에 충실하기', '의사의 ID, PW를 공유 받지 않기', '불법의료행위 거절하기' 등 간호사들의 업무 범위와 관련한 안내문이 부착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현장에서 만난 간호사 대부분은 의사들의 집단행동 탓에 늘어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는 물론 의료 과실에 따른 책임 등에 대해 두려움을 호소했다. 경기북부 지역의 한 종합병원 PA 간호사 A씨는 "전공의 및 인턴의 부재로 PA 간호사의 업무가 과중 돼 번 아웃 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간호사에게 허용되는 진료지원행위가 늘어나면 전공의가 하던 업무를 모두 하게 되는 건 아닌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경기중부 지역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 B씨도 "의사의 업무를 대신하다 의료 과실이 발생하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두려움이 있다"면서 "지침에는 사고 시 병원장이 책임을 진다고 하지만 대신 우리의 일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는 거 아닌가"라고 걱정했다.
환자들도 정부가 간호사의 진료지원행위 허용 범위를 대대적으로 넓힌 것에 대해 성급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경기남부 지역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만난 60대 이모씨는 "의사가 없어서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력이 없다고 정부가 의사의 일을 간호사도 할 수 있게 하는 건 당황스럽다"며 "치료가 절박한 처지에서 괜한 걱정거리가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정부가 집단행동을 하고 있는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를 공격하는 것에 대해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히고 4주간 의료현장에 군의관과 공보의를 파견하기로 했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