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제3자 신고로 수사 여지
"지속적인 비난 유도·비방땐 저촉"
반의사불벌죄 폐지돼 경각심 효과
"항의전화 빗발, 업무방해 혐의도"
민원폭주를 겪다 세상을 등진 김포시 공무원의 신상이 무방비 노출되고도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는 지적이 불거진 가운데(3월8일 인터넷판 보도=[김포 공무원 사망사건] 악성민원은 왜 반복되는가 ‘강제성 없는 법적조치’), 이 같은 '좌표 찍기'와 그에 따른 비난행위를 제3자 신고로 수사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기됐다.
황칠상 형사전문 변호사는 "공무원의 신상을 명확히 드러낸 채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한 행위는 명예훼손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고 특히 스토킹처벌법 적용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면서 "집요하고 악질적인 형태로 상대방을 곤란하게 하거나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빠지게 했기 때문에 스토킹처벌법에 저촉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포시 9급 공무원 A씨는 연휴 직전인 지난달 29일 밤 포트홀 보수공사에 따른 차량정체와 관련해 인터넷카페에 좌표가 찍혀 항의 민원에 시달렸고, 지난 5일 오후 인천 서구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포트홀 공사가 있던 날 인터넷카페 회원 B씨는 공사에 불만을 표하는 게시글들에 댓글을 달며 A씨의 실명·소속부서·직통전화번호 등을 4차례에 걸쳐 공개했다. B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공사 승인하고 집에서 쉬고 계신 분이랍니다'라거나 'OOO 주무관이 승인한 공사랍니다. 그분은 퇴근하셨구요', '집에서 쉬고 있을 이 사람 멱살 잡고 싶네요' 등의 글을 달았다.
하지만 A씨는 이날 자정 이후까지 공사현장을 지켰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 소속부서는 연휴가 끝나고 첫 출근일에 종일 걸려온 항의전화로 업무가 마비됐다.
황 변호사가 언급한 스토킹처벌법은 지난해 7월 개정에 따라 개인의 신상정보·위치정보 노출과 관련한 '온라인 스토킹' 처벌이 강화됐으며, 친고죄에 해당하지 않아 제3자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비난을 유도하는 듯한 반복적인 좌표 찍기 행위에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한다면, 이번에도 목격자가 경찰에 신고해도 됐을 상황이었다는 의미다.
더욱이 지난 법률개정 때 반의사불벌죄도 폐지된 사실이 새삼 알려지면서, 신고만 이뤄졌다면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하고 익명성 뒤에 숨은 악성민원인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탄식이 뒤늦게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좌표를 찍는 자체로는 처벌이 어려울 수 있어도 그 안에서 나온 발언들은 조사결과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 댓글에 신상을 적어놓고 비방했다면 명예훼손죄, 이런 행위를 지속했다면 스토킹처벌법까지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선희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도 "고인의 신상과 업무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비방목적으로 댓글을 달면 명예훼손이 될 수 있고, 좌표를 찍고 항의전화가 빗발쳐 업무를 마비시켰다면 업무방해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면서 "민원은 시민의 권리이지만, 지속적이고 악의적인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수현·변민철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