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대 거대 정당의 극단적 대립 정치의 폐해 타파가 제3지대 정치의 존재 이유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가 지난달 9일 전격 통합할 때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걸었던 이유다. 그러나 10일 만에 두 정파의 결합은 결렬됐고 이후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어 조국 전 장관과 지난 정권 때 검찰개혁을 외쳤던 인사들이 주축이 된 조국혁신당이 출현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와 더불어민주연합도 모습을 드러냈다.
준연동형이라는 이상한 선거제도의 기형아로 비유될 수 있는 위성정당과 준위성정당 뿐만이 아니다.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창당하고 징역 3년 형을 받은 현역 의원이 입당하여 비례대표를 노리는 형국이고, 헌법재판소로부터 정당해산 명령을 받은 정당의 후신인 진보당이 거대 정당의 비례대표에 편승해 국회 입성을 노리는 등 선거판이 엉망이 되고 있다.
언제부터 피의자들이 창당하고 출마하며 선거판에서 당당하게 활보하는 세상이 됐는지 개탄할 노릇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탄핵만 받아도 낙향하는 게 관례였고 과거에는 기소만 돼도 감히 정치활동은 엄두도 못 냈다. 검찰과 경찰에서 요직에 있다가 정치 관련 사건으로 징계를 받고 정치권에 뛰어들어 공천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야는 노골적으로 주류의 기득권 챙기기로 민심을 외면한 공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일 발표된 민주당 지역구 공천은 가히 '비명횡사'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충격적이다. 윤영찬 의원·노영민 전 의원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이나 박광온·김한정 의원 등 이낙연 전 대표와 가까운 친문·비명 7명을 비롯해 9명의 현역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공천된 비명계 의원은 10명 정도이고 대부분은 친명 의원들이다. 국민의힘 역시 현역 주류가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이 민주당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용산'의 뜻에 충실했던 친윤 초선 30여 명도 본선에 진출했다.
여야 모두 주류의 입맛대로 공천이 이루어지면서 선거법에 규정된 여성 30% 공천에 미치지 못함은 물론이고 역대 최저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어쩌다 우리 정치가 이 지경이 됐는가. 유권자가 이번 총선에서 어떠한 심판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지만, 이런 정치를 끝내지 않고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