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공천갈등 노골적, 與 인재영입 실패 등
정치 아닌 싸우자는 총선, 상식·이성 상실
그래도 당당한 정당에 부끄러움은 국민몫
20% 육박 중도층이 정치 개혁 '최종 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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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주필
4·10 국회의원 선거가 목전이다. 여야의 지역구 대진표가 거의 확정됐다. 준연동형 선거제에 기대 난립한 위성정당과 군소정당들의 비례대표 공천만 남았다. 윤곽이 드러난 선거판은 낯설고 기이하다. 단언컨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선거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준연동제를 선택할 때 '이상한 나라의 선거'는 조짐을 보였다. 한 국가의 선거제도가 제1당 대표의 고뇌에 찬 결단으로 결정됐다. 이 대표는 국민에게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민주주의의 기본인 선거의 룰은 한 개인이 사과로 양해받아 결정할 일이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불가능해야 맞다.

합법적인 위성정당 창당이 가능한 위선적인 선거제도의 최대 수혜자가 조국혁신당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는 초현실적이다. 전적으로 조국 전 장관의 팬덤에 기대 창당한 정당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조국에게 자녀 입시부정과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에 징역 2년을 선고한 지 한 달 조금 넘었다. 예전의 상식이라면 공공영역에서 물러나 근신해야 할 사람이 법정구속을 면하자마자 총선판에 뛰어들어 당당하게 지지를 요청한다. 엽기적인 상황인데, 지지하는 여론이 작지 않으니 당황스럽다.

전통에 빛나는 여야 정당이 자초한 위화감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갈등은 지나치게 노골적이었다. 비명계 의원들은 컷오프되고, 하위평가자로 낙인찍혀 경선에서 줄줄이 날아갔다. 그 자리에 친명 인사들이 착륙했다. 이 대표가 약속한대로 '이재명의 민주당'이 됐다. 이 대표가 아무리 공천혁명이라 항변해도, 여론은 눈대중만으로도 불공정을 직감했다. 공천 갈등 국면에서 무너진 민주당 지지율이 증거다.

여당이 이번처럼 인재영입에 실패한 적이 없다. 집권 2년도 정권의 정당이다. 정권과 여당의 프리미엄을 기대하는 인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야 정상이다. 쇄신의 호기다. 결과는 무감동이다. 현역들이 대부분 공천받았다. 야당을 탈당한 인사들로 열세지역을 채웠다. 친윤 인사들은 안전지역에 배치했다. 그래서 조용했고, 유권자들은 후보들이 낯설다. 영입 검사로 대선에서 승리하더니, 총선도 검사 출신 비대위원장에 맡겼다.

민주당은 이재명 근위대로 지역구를 채웠다. 김남국, 안민석, 김의겸을 대신할 친명 신예들의 전투력은 선배들을 능가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왕년의 용사들로 후방을 받치고 소수의 신예와 용병들로 전위를 꾸렸다. 이재명 방탄은 완벽해질 테고, 국민의힘의 이재명 저격 레벨도 올라갈 것이다. 정치하자는 것이 아니라 싸우자는 공천이다.

안면몰수하고 싸우자는 정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유동규가 계양을에서 이재명에 싸움을 걸고. 불발됐지만 정유라가 안민석과 붙자고 나서는 일이 현실이 된다. 하물며 서초동을 점령했던 조국이다. 상식과 이성이 무너진 정치판이다. 몸 사릴 이유가 없다. 소란과 소음 속에 해산된 이적 정당이 간판을 바꾸어 국회 입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렇게 대한민국 정치사에 처음 보는 엉망진창 선거판이 등장했다. 총선으로 구성된 여야 지형이 사법부의 판단으로 개편될 수 있는 선거판이다.

한 번뿐이라도 진저리 날 정도로 비민주적이고 비상식적이며 비도덕적인 총선판이다. 정당과 정치인들은 그래도 당당하니 부끄러움은 국민 몫이다. 이번 한 번으로 반복의 여지를 남겨선 안된다. 대한민국 유권자들의 전략적 선택은 늘 탁월했다. 이번 총선에서 망국적인 여야 대결 정치판을 제3지대로 교정하려 했다. 이런 분위기에 이준석, 이낙연이 올라탔다. 한 줌도 모을 깜냥이 안되는 정치력으로 중도층을 배신했다.

20%에 육박하는 상식적인 중도층이 고스란히 빈손으로 남았다. 망조든 정치판을 개혁할 최종 병기이다. 중도층이 집단지성을 발휘하면 여야에 섞인 정치 불순물을 걸러낼 수 있다. 중도층의 천라지망이 유일한 희망으로 남았다.

/윤인수 주필